인터넷 장비업체의 거품론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거품론 제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미국의 대표적 인터넷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사의 영업실적이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시스코 시스템사는 9일 3·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3,600만달러에 비해 4.1% 증가한 6억6,200만달러, 주당 9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인수와 스톡옵션, 투자 비용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시스코는 이 기간동안 10억3,000만달러, 주당 14센트의 이익을 낸 것이 된다. 이같은 주당 순이익은 전분기의 9센트보다 5센트 증가한 것으로, 월가의 분석가들의 당초 예상인 13센트를 뛰어 넘는 수치이다.
지난 달 29일로 끝난 분기의 총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억7,000만달러에서 55% 성장한 49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분석가들의 예상치 46억7,000만 달러보다 많은 실적이다. 이로써 시스코는 9개 분기 연속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을 넘어서는 영업실적을 세웠다.
시스코의 이같은 실적은 최근 제기되기 시작한 인터넷 장비업체의 거품론을 일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스코의 주가는 전날 미 경제전문잡지 ‘배런스’가 인터넷 장비업체들도 온라인 소매업체들처럼 주식폭락과 자금고갈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 고성장이 계속될지 의문이라고 보도하면서 7% 이상 하락했었다. 인터넷 장비업체는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올들어서만 9.8% 하락하는 등 닷컴주식이 약세를 보인 것과 달리 11.3% 상승, ‘무풍지대’로 여겨져 왔었다.
거품론을 가라 앉힌 시스코의 영업실적은 당장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시스코의 주가는 전날과 같은 62.75달러로 장을 마감했으나 종장과 동시에 영업실적이 발표되자 폐장후 거래에서는 63.25달러로 상승했다.
그러나 아직 월가에서는 인터넷 장비업체의 거품론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시스코의 경우 메모리칩, 광섬유 등 부품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돼 성장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혁범기자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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