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통신상의 갖가지 게이 사이트,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떳떳이 알리는 커밍 아웃 풍조, 하나둘씩 생겨난 동성애자 카페….극단 실험극장의 ‘무화과꽃’은 동성애를 진지하게 파고 든다. ‘뺑끼통’‘거미 여인의 키스’ 등 일탈의 풍경으로서 동성애를 소재로 한 연극들은 종종 있었으나, 엄연한 제 3의 성으로서 동성애와 양성애를 이해하자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
정숙과 상진이 동거하는 오피스텔에 상진의 애인 남자(영섭)가 찾아 와, 벌어지는 묘한 삼각 관계가 극의 핵심. 정숙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 영섭이란 사실을 알아차린 정숙이 떠난다는 결말이다. 상진은 양성애자였던 것. 통념을 배반하는 이야기가 사이코드라마 같은 치밀한 심리 게임으로 전개된다.
연출자 김성노(43)씨는 “성폭행이나 원조교제 등 일반인들의 난삽한 성 행태보다는 신체적 조건에 맞는 자기 정체성을 찾아 가는 이들의 모습이 훨씬 진실되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그들의 심리적 갈등을 이해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에 대해 귀 기울일 때가 됐다”고 한다. 김씨는 이 극을 위해 신촌 등지의 동성애자 카페를 찾아다녔다.
팜플렛에는 오산 신경정신병원 정신과 과장 김흥오씨가 쓴 동성애론도 실려 있다. 임용위 작, 서학 김가인 배상돈 등 출연.19-6월 25일까지 인간소극장. 화-목 오후 7시 30분, 금-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02)764-5262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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