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배구가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6일 동해에서 폐막된 실업배구대제전 1차대회는 흥행의 열쇠인 수도권을 벗어나 치러졌지만 예선부터 만원을 이루는 등 배구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자리였다.실업배구가 하강국면에서 벗어난 결정적 이유는 신인수혈과 함께 LG화재의 복귀. 손석범 박석윤 이영택 등 신인들이 김세진 신진식 방신봉 등 기존 스타들에 전혀 위축되지 않는 플레이를 펼쳐 박빙의 경기를 유도했다.
또 지난해 삼성의 ‘싹쓸이 스카우트’에 대한 반발로 1년간 각종 대회에 불참한 LG화재가 복귀, 삼성 현대로 대변되는 배구의 판도변화를 유도, 재미를 배가시켰다.
코트를 꽉 메운 관중이 자발적으로 응원을 펼치는 모습은 동해대회를 계획한 실업배구연맹조차 기대하지 않았던 예상밖 수확이었다. 실업배구 관계자들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배구살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오랫 동안 대립에 지친 배구인들의 자포자기 심정이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
프로화 좌절에서 시작해 팀해체, 드래프트파동 등으로 이어지면서 하강국면을 그리던 배구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될대로 되라’는 식의 직무유기를 범했다.
대학연맹과 실업연맹간 뿌리 깊은 갈등도 제살 깎아먹는 어리석은 짓이다. 파벌싸움과 이해다툼이 끊이지 않는데 실업배구의 숙원인 신생팀 창단이 이뤄지겠는가.
전환점은 만들어지는 것보다 어떤 계기를 얼마나 지혜롭게 이용하는데에 달려 있다. 오랜만에 가능성을 확인한 배구계가 희망이 남아 있을 때 배구인 스스로 결자해지의 지혜를 발휘해 이번 대회의 인기를 기폭제로 삼길 바란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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