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사랑해요!은석초등학교 아이들 지음, 씨앗가게 발행
전기(傳記)는 꼭 위인들만 쓰는 것일까. 혹시 내가 나의 부모님에 대해, 또는 내 아들과 딸이 평범한 우리 부부에 대해 써도 되는 것은 아닐까. 박물관의 인터넷 주소는 알아도 부모님 고향이 어딘지는 모르는 요즘 아이들. 방과후 컴퓨터와 영어 학습때문에 부모와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부모님의 전기를 직접 썼다.
서울 노원구 은석초등학교. 1996년에 6학년, 1999년에 4학년이었던 이 학교 아이들 18명이 쓴 부모님 전기가 책으로 나왔다. 지도교사는 현재 상천초등학교 교사인 서성원(43)씨. 당시 아이들에게 한 학기 숙제로 내준 것이다. 아이들은 제법 위인전 형식을 갖춰 때로는 엄숙하게, 때로는 장난기 넘친 문구로 부모님 일생을 정리했다.
‘우리 아버지가 살아오신 길’이라는 제목으로 권기봉(11)군이 쓴 글. 권군의 아버지는 ‘1959년 음력 9월 15일, 경북 의성군 부천면 소홀리에서 2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나셨고’, ‘누나들의 미움을 많이 받으셔서 누나들과 싸움을 많이 하셨다. 왜냐하면 할머니께서는 딸만 낳으시다가 아들을 낳으셨다고 아버지만 아끼셨기 때문’이다. 권군은 당시 아버지의 소원이 ‘검정 고무신 대신 운동화를 신는 것’임을 알고 나서는 “(앞으로) 너무 비싼 것은 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김해일(11)군은 ‘사업가가 꿈이셨던 우리 엄마’라는 글에서 “1988년 4월 25일, 엄마께서는 다니시던 삼성전자를 퇴직하시고 현재 하고 계신 가곡전자를 개업하셨다. 대리점을 시작하면서 자금이 모자라 어려웠을 때도 많았지만 신용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을 이겨내셨다. 나도 엄마처럼 약속을 어기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 신용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썼다.
이밖에도 아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는지(노예슬·‘라면을 끓여줬더니 결혼하쟤’), 초등학생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유재현·‘망둥어 낚시질하는 꼬마 숙녀’) 등 궁금했던 부분에 초점을 맞춰 부모님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당당하게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전기문을 쓰기 위해 부모님에게 이것 저것 물어봤을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신이 나서 자신의 삶 이야기를 들려줬을 부모들의 환한 표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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