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독립했을까. 5월들어 증시가 해외악재에 둔감한 면역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뉴욕증시 하락으로 유럽과 아시아 각국 증시는 휴장한 일본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하는 동조화를 반복했다. 서울증시는 예외로 코스닥이 소폭 상승하고, 거래소는 장중 760선을 돌파하면서 보합으로 마감했다.전날 뉴욕증시가 급락한 3일에도 거래소는 강보합권으로 올라섰고, 코스닥도 큰 등락없이 소폭 하락에 그쳤다.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2일에는 거래소-코스닥 모두 힘찬 상승세를 타 해외악재에는 둔하고, 호재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중순이후 나스닥 중심의 동조화로 곡예장세를 펴온 국내증시에 5월의 현상은 이례적인 일. 3일밖에 안돼 일시적 역동조화란 견해가 많지만 반등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욱이 연휴를 앞두고는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이른바 휴일효과(Holiday Effect)나 금요일효과(Friday Effect)도 줄어들었다.
매수주체의 부재로 인해 커졌던 외국인의 영향력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4월이후 외국인은 전날 나스닥이 내리면 주식을 팔고, 오르면 사는 전략을 반복하며 증시를 억눌러왔다. 물론 외국인이 매수하지 않는 자체만으로 주가상승에는 걸림돌이나 예상된 매매패턴은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증시-외국인을 추종하는 동조화의 약화는 현재 지수대가 바닥권이라 투자가들이 무리하게 보유주식을 처분하지 않기 때문.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 많아 뉴욕증시를 눈치볼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된다.
또 시장비중이 커진 데이드레이더(초단기매매투자자)의 매매기준이 미증시의 움직임이었는데, 최근 이들 다수가 시장을 떠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조화가 시장내적 요인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불과했던 만큼 공황상태에 빠졌던 투자심리가 상당 회복된 결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수급문제와 해외증시 불안이란 내우외환형 악재에 시달려온 증시가 서서히 바닥권을 다지고 있다는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투매성 매물이 소화되고, 지수가 악재에 무뎌지자 개인들은 거래소의 중소형주와 코스닥을 중심으로 불지피기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고비는 남아 있다. 미국의 인플레 우려에 따라 금리 인상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를 결정할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6일 열린다.
수급불균형과 기관체력저하, 뮤추얼펀드 만기물량, 금융권 2차 구조조정 같은 내부문제의 정리에도 좀더 시간이 걸릴 상황이다. 아직은 장 자체가 확신을 얻기 힘들어 현재 지수안정은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신중론도 요청되고 있다.
다시 한번 주가가 하락해 바닥이 확실하게 확인되는 시기를 기다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모든 악재들이 노출되면서 증시가 점차 면역성을 키워가고 있는데다, 기업들 실적이 좋게 나오고 있어 시장은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 역시 높다.
악재가 하나하나 해소되는 시기마다 상승 모멘텀이 작용할 수 있어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저점매수해 상승기를 기다리는 장기투자도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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