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국레이컴 정호영회장 '아름다운 선언'“10여년 간 땀흘려 키워온 기업을 이제 사회에 되돌리겠습니다.”
군사·통신용 전자장비제조 벤처업체인 ㈜한국레이컴 정호영(鄭豪泳·사진)회장은 7일 자신이 보유한 회사지분 49% 전체를 이번주 설립되는 장애인복지재단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잠정가로만 2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다.
우리 사회에서 보기 드문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정회장의 설명은 의외로 싱겁다. “기업이 쌓은 부(富)는 사회 전체의 몫이므로 사회로 환원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재벌오너들이 기업을 사유물처럼 좌지우지하고 일부 벤처기업인이 치부(致富)에만 열올리는 세태가 안타까웠다”는 것이 동기의 전부다.
자신이 소유한 서울 태릉 부근 1만평(시가 100억원)도 이미 복지재단에 기증한 상태다.
장애인과 아무런 관련도 없지만 일찌감치 회사직원의 10%(120명)를 장애인으로 채용했을 만큼 ‘소외계층’에 대한 그의 배려는 남다르다.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와 레일 등 부대시설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공무원 유자녀와 장애인에 대한 장학금 지원사업도 수년간 계속해 왔다.
미국 일리노이공대를 졸업하고 현대전자 창사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던 정회장은 1989년 한국레이컴과 한국벨통신, 한국인네트를 잇달아 설립한 국내 벤처기업의 선두주자.
레이더와 특수전자통신장비, 무선전화기, 컴퓨터 네크워크통신장비를 개발·생산하는 이 업체들은 지난해 매출액이 5,000억원에 달할만큼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정회장은 “재산이나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도 회사에는 백의종군할 것”이라며 “돈을 출연했다고 해서 복지재단 운영에 간여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발했다. 실제 그는 재단이사 취임마저 완강히 거절했다.
복지재단 설립준비위원장인 공주대 이성규(李城圭·사회복지학)교수는 “정회장의 뜻에 따라 출연금은 장애인 기술전문대학 설립 등 장학사업에 쓸 예정”이라며 “정회장의 이타행(利他行)이 기업인들에게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각성케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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