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집권이래 최대위기 맞아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집권 3년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4일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런던시장 선거 및 지방의회 선거에서 집권 노동당은 야당인 보수당과 무소속 후보 등에 승리를 내줘 1997년 집권후 첫 정치적 패배를 기록했다.
1996년 이후 4년만에 치러진 이번 지방의회 선거는 노동당 정부에 의해 직선제가 부활된 런던시장 자리와 25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런던시의회(GLA)를 포함한 152개 지방의회 3,337명의 의원을 뽑는 지방의회 선거, 마이클 콜빈 보수당 하원의원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햄프셔주의 보궐선거 등이 동시에 치러졌다.
최대 관심사는 노동당 후보 공천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을 문제삼고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좌파 켄 리빙스턴(54) 하원의원과 블레어 총리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프랭크 돕슨(59) 전 보건장관, 보수당의 스티브 노리스 전 교통장관, 자유민주당의 수전 크레이머 등 4명이 각축을 벌인 런던시장 선거. 런던시장은 총리 다음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인데다, 14년만에 부활된 첫 직선시장이라는 상징성으로 차기총선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대두돼 왔기 때문이다.
결과는 1980년대 런던시의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리빙스턴의 일방적 승리. 리빙스턴은 여론조사 결과 42%의 지지를 얻어 26%에 그친 보수당의 노리스 후보를 여유있게 눌렀다. 특히 노동당의 돕슨 후보는 14%를 얻는데 그쳐 노리스 후보에게는 물론, 크레이머 자유민주당 후보와 3등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여야 하는 참담한 패배를 기록했다. 런던 이외의 다른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야당인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녹색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략지역으로 꼽혀온 남서부 지역에서 보수당이 노동당에 압승을 거뒀고, 자유민주당도 노동당을 제물로 주요 대도시에서 개가를 올렸다. 5일 오전 잠정집계에 따르면 노동당은 전국적으로 560석이상의 지방의석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런던시의회 선거에서는 녹색당이 예상의석 3석으로 약진한 가운데 노동당이 8-10석, 보수당이 7-9석으로 접전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존 메이저 총리의 보수당이 집권했던 1996년 당시 야당이었던 노동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방의회 선거가 이번에 재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3의 길’을 주창해온 블레어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노동당이 참패함으로써 런던시장 후보 공천과정에서부터 불거져 나온 당내 파열음과 선거 패배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패트릭 던리비 런던 이코노믹 스쿨(LSE) 교수는 “리빙스턴을 당내에 잡아두지 못한 것이 블레어의 최대 실수”라며 “집권 3년차 노동당 정부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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