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 ‘선수(選數)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다선 의원들이 차지해 온 부총재 및 최고위원 경선에 초·재선 당선자가 나서고, 관례상 최다선급 의원이 맡아 온 국회의장직에 5선이 도전하고 나서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찬반 논란도 일고 있다.16대 총선후 불고 있는 당내 민주화 바람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는 긍정론이 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위계질서 붕괴’와 ‘대중인기주의’를 우려하기도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5·31 전당대회를 앞두고 5일 현재까지 재선의 김용갑 정의화 의원 등이 부총재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초·재선의원 모임인 ‘희망연대’와 ‘386 세대’당선자 모임인 ‘미래연대’도 공동으로 초·재선 당선자를 부총재 후보로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9월 전대를 앞두고 재선인 정동영 김민석 의원, 신계륜 당선자 등의 최고위원 출마 검토설이 나오고 있다. 이들 주변에서는 “16대 국회에서 초선이 40.6%, 재선이 30% 이므로 재선이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의 재선인 정동채 의원, 문희상 당선자 등은 원내총무 경선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5선인 50대의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으며 같은 5선인 한나라당 현경대 의원도 의장 후보 경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16대 국회 당선자중 6선 이상 의원이 7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5선의 의장 도전은 이례적이다.
이같은 ‘선수 뛰어넘기’현상에 대해 재선의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과거 거수기 역할을 주로 해온 우리 국회에서 ‘다선’이 훈장이 될 수는 없다”며 “누가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느냐가 중요하므로 소장파라고 주요 당직·국회직을 못맡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9선인 이만섭 전국회의장은 “젊은 의원들이 의욕을 갖고 주요 당직에 도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상과 현실, 의욕과 경험의 조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특히 국회의장의 경우 여야 격돌이 없는 민주적 운영을 위해 경륜과 고도의 정치기술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강대 손호철(정치학)교수는 “연공서열 문화가 강했던 정치권에서 선수보다는 능력이 중시되는 쪽으로 바뀌는 것은 일단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다만 경험이 필요한 선출직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대중인기주의로 흐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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