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과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동교동계의 주축인 ‘빅3’이다. 이들이 지난 주 비밀리에 연쇄 개별회동을 가진 것으로 5일 뒤늦게 확인됐다. 권고문과 한위원이 먼저 만났고 한위원과 김총장이 뒤이어 만났다. 모두 배석자없이 단 둘이 만났다.이들의 단독회동은 총선이후 여권 주변에서 나돌았던 출처 불명의 소문과 이를 근거로 한 일부 언론보도때문에 이뤄졌다.
“한위원이 최고위원 경선을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궁극적으로 동교동 그늘을 벗어날 생각이다”“차기 문제를 놓고 권고문은 이인제(李仁濟)씨를 맘에 두고 있으나 한위원은 호남권 차기주자를 노리며 권고문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등등.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김총장이었다. 그는 지난 주초 생일이 이틀 늦은 동갑내기인 한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한 언론의 ‘한위원 동교동 이탈’보도가 사실인지를 묻고 자제를 당부했다.
한총장은 이에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해명했고, 다음 날 다시 김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거듭 “언론 보도나 당주변에 나도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권고문과 한위원 측근들사이의 긴장은 계속됐다. 권고문 진영에선 “한위원이 어떻게 감히…”라는 식의, 한위원 진영에선 “한위원이 크는 게 그렇게…”라는 식의 불만이었다.
이 와중에 다른 동교동계 인사들은 “본인들 관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주변에서 말을 잘못 옮기고 언론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두 사람이 직접 만나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계보내 여론’을 형성했다.
한 동교동계 핵심은 “선거과정서 부쩍 위상이 높아진 한위원을 견제하기 위해 권고문과 가까운 또다른 여권의 모 핵심인사가 중간에서 장난을 친 흔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한위원이 ‘형님’인 권고문에게 먼저 만날 것을 청했다. 한위원은 “동교동계 그늘을 벗어나려 한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모든 일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형님(권고문)과 상의해 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한위원은 “내가 어떻게 감히 형님에게 도전한단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최고위원을 해도 형님과 동교동 식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고 그 전에 동교동계에서 나를 후보로 결정해야 경선에도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고문도 최근 사석에서 “화갑이를 최고위원으로 만들어 줘야지”라며 한위원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회동을 전후해 소문 증폭에 책임이 있는 일부 측근들을 질책하고 ‘입조심’을 신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총장이 ‘조정역’을 맡았음은 물론이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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