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계 신용조합 ‘상은(商銀)’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유력한 재편 방안으로 떠오른 한국계 은행의 설립 구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한일 양국 정부가 관망중이고 일본 금융기관은 대출을 기피하고 있어 재일동포 중소기업의 경영난만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4월 광역자치체의 신용조합 검사·감독권을 넘겨 받은 일본 정부가 7월부터 엄격한 검사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부실채권의 상각에 따른 상은의 추가 도산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금융위기가 표면화한 1998년 이래 전국 34개 한국계 신용조합 가운데 벌써 11개가 쓰러졌다. 이중 홋카이(北海)·시마네(道根)·야마구치(山口)·사이타마(埼玉)·시즈오카(靜岡)·기후(岐阜)상은은 주변의 다른 상은에 통합됐고 도야마(富山)상은도 후쿠이(福井)상은과의 통합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후쿠오카(福岡)·오사카(大阪)·고치(高知)·이시카와(石川)상은은 아직 인수할 상은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다.
일본 금융기관은 한국계 신용조합 인수에 별관심이 없으며 또 다른 한국계 신용조합은 스스로의 부실채권 처리에 급급한 상황. 한국계 은행의 설립이 추진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의 상은을 통합해 일본 정부의 공적자금을 끌어내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은행설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월 동포 상공인 60명이 가칭 ‘한일은행’ 설립준비위를 발족하고 나섰고 이에 자극받은 재일한국인 신용조합협회(한신협)는 지난달 별도의 단일 은행 설립·통합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신용조합 경영자들의 모임인 한신협의 구상이 실현 가능성이 크지만 업계 내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조총련계 ‘조선은행’이 전국 4개 신용조합을 인수기관으로 선정, 발빠른 재편작업에 들어간 것은 중앙집권적 의사 결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계 신용조합은 1위 간사이코긴(關西興銀)과 2위 도쿄(東京)상은의 해묵은 대립은 물론 다른 신용조합들도 ‘자리’문제로 결단을 주저하고 있다.
일단 인수은행만 정해지면 일본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기대할 수 있다. 또 한국 정부가 전국 신용조합에 예치한 400억엔도 출자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마땅한 진척이 없어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포 기업인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