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연서·戀書) 한 장에 세계가 놀아났다.”신종 컴퓨터 바이러스 ‘러브(LOVE)’의 피해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브는 4일 오후 홍콩에서 첫 발견된 이후 10시간만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거쳐 북남미로 퍼지면서 수천만대의 국가·금융·언론기관 및 대기업의 컴퓨터를 감염시켰다. 특히 변종인 ‘조크(JOKE)’가 뒤이어 나타나면서 피해가 확대돼 세계가 또 한 차례 컴퓨터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이날까지 확인된 피해 기관은 미국에서만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연방수사국(FBI) 상·하원 등 주요 국가기관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포드 AT&T 등 미국 기업의 60-80%가 ‘러브’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메릴린치증권 등 금융기관도 큰 피해를 봤다.
유럽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의회, 스위스 연방정부, 덴마크의 의회 및 환경·에너지부 등과 대형 기업 및 금융기관 컴퓨터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
전체 기업의 30%가 피해를 입은 영국에선 ‘러브’ 출현으로 하원의 통신시스템이 일시 폐쇄됐고, 벨기에의 경우 ATM 현금인출기 작동이 중단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10만개 이상의 메일 서버가 다운되거나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E-메일을 통해 전파되는 ‘러브’는 컴퓨터 작동을 중단시키는 것은 물론, 동영상이나 이미지 파일까지 파괴해 경제적인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의 사진전문통신사 스캔픽스는 4,500여장의 사진을 날려버렸고 유로피언 잡지도 사진 검색시스템이 마비됐다.
사업 대부분을 E-메일에 의존하는 e비즈니스 업체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컴퓨터보안자문회사인 ICSA.net에 따르면 경제적인 손실이 북미 지역만 8일까지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러브’는 지난해 2월 전 세계를 강타했던 ‘멜리사’ 바이러스보다 전파속도가 배이상 빠른데다 파괴력도 훨신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이 바이러스는 ‘윈도 98’이나 ‘윈도 NT’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하고, 기업 네트워크의 명령파일에 주로 영향을 미쳐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면 러브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E-메일을 열어보지 않는 것 외에는 완벽한 백신프로그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출현한 ‘조크’역시 일부 보안프로그램을 손쉽게 뚫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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