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한국노총 위원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26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박인상(朴仁相)전 위원장이 중도사퇴후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함에 따라 치러지는 것으로 ‘친(親) 박인상계’ 주류 2명과 비주류 2명 등 4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흥미로운 것은 주류·비주류할 것없이 후보 모두가 박전위원장의 정계진출을 비난하고 한국노총의 투쟁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새 집행부는 선출 직후 6월1일 총파업 등 춘투를 이끌게 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국노총이 여당과의 오랜 정책연합 관계를 청산하는 등 노선변화를 겪을 것인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후보등록을 일주일 앞둔 현재 판세는 이광남(李光男·60)위원장 직무대리, 이남순(李南淳·48)사무총장 등 2명의 주류측 후보에 대해 비주류측 인사 2명이 추격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1차투표에서는 대의원 670명 가운데 과반수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없을 것으로 보여 2차투표의 제휴 양상을 볼 때까지는 승자를 점칠 수 없는 형편이다.
이광남 직대는 택시기사 출신으로 택시노련 위원장을 3차례 지낸 뒤 1998년 부위원장에 올랐다. 노총 28개 연맹 가운데 택시노련 항운노련 선원노련 등 교통관련 5개노련으로 구성된 한국교통운수노련총연합회의 지지를 받고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이남순 총장은 노총에서 알아주는 이론가.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금융노련 위원장으로 있다가 1997년 사무총장이 됐다. 지지기반인 사무 금융계에 100여명의 대의원이 소속돼 있는데다가 지역조직들과의 관계도 좋아 이 직대와 시소게임을 벌일 것이라는게 노총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박헌수(朴憲洙·50)화학노련 위원장과 유재섭(柳在涉·50)금속노련 위원장은 각각 아세아제지와 LG전자의 노조위원장을 지낸 경력 때문에 제조업이라는 공동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박위원장과 유위원장은 확보 대의원 수로만 보면 열세이지만 박 전위원장의 정계진출에 대해 노총 하부조직원들이 강한 반감을 갖고 있어 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노총 관계자는 “어떤 경우든 이번 선거가 노총의 친정부적인 타협노선을 불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선거 때마다 선명노선을 내걸고 이후 타협으로 자세를 바꾸는 위원장이 많았던 만큼 선거이후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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