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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사업 수사전후 / 98년 첫수사…고위층개입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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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사업 수사전후 / 98년 첫수사…고위층개입설 계속

입력
200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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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군 방위력개선사업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한 것은 1998년 6월. 감사원은 3개월 뒤인 9월 ‘통신감청용 정찰기 사업’(백두사업)이 “성능에 중대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불구, 계약사인 미국 E시스템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고 발표했다.국방부 검찰부와 국군기무사령부는 수사에 착수, 같은해 10월 미국 IMCL사 회장 린다 김씨로부터 돈을 받고 백두사업 등 군사기밀을 넘겨준 백두사업 주미연락단장 이모(52)공군대령 등 영관장교 4명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역시 린다 김으로부터 1,100만원을 받고 백두사업 정보를 제공한 대북정보수집부대 소속 1급 군무원 권모(예비역 육군준장)씨를 구속하는 등 모두 7명이 구속됐다. 군은 뇌물공여자로 군사기밀을 빼돌린 린다 김을 기소중지 조치한 뒤 검찰로 이첩했고, 검찰은 최근 귀국한 린다 김을 조사한 뒤 지난달 26일 불구속기소하면서 “정·관계 고위층 인사에 대한 로비는 드러난 게 없다”고 밝혔다.

백두사업을 둘러싼 고위층 개입 의혹은 9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공식 제기됐다. 이전에도 갖가지 억측과 소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국방위 소속 국민회의 의원들은 린다 김과 문민정부 고위층 인사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한 의원은 “특정 무기중개상(린다 김)이 국방연구원의 무기체계 평가회의에 참석하는 등 권력층의 비호가 없으면 불가능한 특권을 누렸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당시 국방부는 국정감사에서 “도입키로 한 E시스템사의 정찰 장비는 요구성능 수행에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월 감사원은 최종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 “백두사업은 2개 전자장비를 함께 도입하면 사업비가 절감되는데도 각각 추진한데다 작전요구성능에 맞지않는 장비가 납품되는 불합리한 계약을 체결했다”며 관련자에 대한 파면 등 징계를 요구했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린다김 동생 일문일답

검찰 공소장에 린다 김의 주소지로 표시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 빌라에는 여동생 김귀자(金貴子)씨가 거주하고 있었다. 3일 오전 이 집에서 기자와 만난 김귀자씨는 “집안에서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에 크게 불쾌해 하고 있다. 언니는 사업가일 뿐”라고 억울해 했다.

-언니는 어디에 있나.

“언론에 로비의혹 사실이 다시 보도된 직후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가 서울 근교에 머물고 있다. 연락처는 말해줄 수 없다. 서울에 친척이 나 밖에 없어 언니는 서울에 오면 우리 집에 묵었다.”

- 전장관들과 주고 받은 편지가 공개된 것에 대한 언니의 반응은.

“미국에도 한국 신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형부와 조카들이 이 일을 알고 있다. 특히 형부가 이 일로 크게 불쾌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언니도 당황해 하고 있다.”

- 언니가 3월말 귀국한 뒤 활동은.

“가끔 집 밖에 나가는 일이 있었지만 누구와 무슨 일로 만났는지는 모른다. 사업 관련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 로비 의혹에 대해 언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비스트에 대한 한미간 인식차이에 답답해 하고 있다. 언니는 몸도 좋지 않다. 더이상은 할 얘기가 없으니 변호사와 이야기하라.”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린다 김 자문변호사 문답

린다김의 자문 변호사인 김지영 변호사는 3일 서울 강남 모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린다 김은 적법한 로비활동을 펼쳤을 뿐"이라며 "모언론의 언론은 린다김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나는 미국변호사이지 이번 사건 수임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 계류중인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힐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린다 김의 개인변호사로서 법적자문및 언론관계를 담당할 것이다."

-언론보도에 대한 의견은

"진실보다는 선전성과 부적절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 보도였다. 한 여성에게 치명적인 것이고 지독한 논리적 비약이다. 부적절한 관계는 절대 아니었다."

-린다 김의 경력에 혼란이 일고 있다.

"미 버클리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사실이 있다. 학위는 받지 못했다. 스탠퍼드재학사실은 나도 모르는 일이다."

-편지 유출경로는.

"린다 김 자신도 어리둥절할 뿐이다. 우리도 파악해봐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재판과 관련해 한국 변호사를 곧 선임할 것이다. 수사에도 협조할 것이다. 언론보도에 대해선 차후 검토를 통해 대처해 나갈 것이다. 우선은 재판이 먼저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공적인 편지 사적표현으로 썼을뿐"

이양호씨 편지 해명

이양호(李養鎬)전 국방장관은 전날에 이어 3일 다시 기자와 만나 언론에 공개된 편지와 관련, “당시 린다 김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고 그런 인간적 신뢰감에서 친근한 표현의 편지를 썼을 뿐”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_ 편지의 표현이 공적(公的)인 것으로 보긴 어려운데.

“결과적으로 편지의 내용이 사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친한 사이인데 굳이 사무적으로 글을 쓸 필요가 있었겠는가. 공적인 내용을 사적인 표현으로 썼을 뿐이다.”

_백두사업에 이어 동부 전자전장비사업 때도 린다 김의 로비를 도와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부 전자전사업은 육군이 주무였다. 국방장관이 실무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당시 독일, 프랑스가 먼저 입찰을 준비하고 있었고 뒤늦게 이스라엘이 뛰어들었다. 이스라엘이 계약대리인을 찾고 있기에 린다 김을 연결시켜줬을 뿐, 실무개입이나 금전수수는 없었다. 결국 이스라엘은 탈락했다.”

린다 김과는 연락이 있는가.

“96년 7월 투서사건 이후 소원해졌고 헬기도입 뇌물사건과 관련해 내가 사법처리되면서 연락이 끊겼다. 그쪽에서도 내가 더이상 이용가치가 없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것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을 정도다. 린다 김의 재판이 곧 시작될 만큼 공적인 장소에서 진실이 밝혀질 기회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만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_편지의 유출경로를 짐작하는가.

“로비리스트는 적으로 둘러싸인 직업이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린다 김을 표적으로 한 누군가가 편지를 빼내 언론에 유출시켰을 것이다. 3월 특정 언론이 린다 김의 사법처리를 촉구하는 기사를 썼다.”

_현재 심정은.

“답답하다. 너무 흥미위주로 사건보도가 이뤄지는 것 같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생각이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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