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형태가 변했다. 결혼관도 바뀌었다. 직업관도 달라졌다. ‘남의 속도 모르고’후속으로 6일부터 MBC가 방송하는 새 주말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김진숙 극본, 정인 연출)는 여성 시각으로 변화한 가족형태에서 파생하는 문제를 살핀다.특히 가치관이 다른 쌍둥이 자매를 통해 현대 여성이 추구하는 일과 사랑, 그리고 결혼과 사회적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드라마의 중심축으로 삼았다. 정인 PD는 “요즘 가족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드러내 가치있지만 획일되지 않은 다양한 가정상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는 이전의 드라마와 공간적 배경과 등장 인물이 사뭇 다르다. 그동안 홈드라마를 비롯한 정통 드라마에서 배경은 항상 일반적인 가정이었다. 하지만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파편화한 가정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 이혼해서 부모가 딸 한 명씩을 각자 기르는 가정, 딸이 죽어 사위하고 사는 홀어미가정, 자식을 버리고 혼자 사는 홀아비 1인 단독세대 등등.
작가 김지숙의 설명. “요즘은 1인 단독 가정에서 수정확대(부모를 중심으로 근처에 모여사는) 가족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변화한 가정에서 파생되는 문제도 다른 양태를 보여 이전 드라마와 배경을 다르게 설정했다.”
그리고 주요 인물의 캐릭터도 그동안의 고착화한 스타일과 다르다. 두 쌍둥이자매 중 언니 역으로 나오는 김지호는 사랑의 최고 가치를 믿으며 현모양처의 이상형을 꿈꾸다 결혼했다. 그러나 시댁 식구들의 터무니 없는 요구와 남편의 무관심에 지쳐 반란을 일으켜 시댁 문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주부로 등장한다. 반면 일의 성공을 최상의 가치로 두는 동생 역의 이태란은 직장과 가정에서 슈퍼 우먼으로 성공하지만 나중에 남편 문제로 좌절을 겪는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등장하는 남성의 캐릭터는 고답적이다. 류진은 여자의 집안 재산을 노리고 결혼하는 야망의 사나이로, 김호진은 마음 착하지만 집안과 아내에게 무관심한 사람으로 드러난다. 여성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변하는데, 이 드라마에서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을 설정한 것은 상대적으로 남성으로 인해 파생되는 가정문제를 부각시키는 장치다.
요즘 서울 삼성복지회관 구내식당 등에서 촬영이 한창 진행중인 ‘사랑은 아무나 하나’도 요즘 드라마의 주요 현상 중의 하나인 40-50대 중견 연기자의 전면 배치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고의 아버지상을 구현한 최불암, 강한 어머니 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김영애,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드는 정혜선, 늘 감초 같은 역할을 해내는 사미자 양택조가 나선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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