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확산을 불식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학교교육을 수준 높게 함으로써 과외가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외대책은 결국‘공교육 살리기’로 모아진다.그렇다면 어떻게 살릴 것인가?
전문가들은 우리 학교교육이 지식기반사회로 통칭되는 21세기에 걸맞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상임위원 정진곤(한양대 교육학과)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교과서만 가지고 가르치는 시대는 지났다.
과외 등을 통해 지식을 암기하는 식의 공부는 이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도움이 안된다. 생활에, 미래에 꼭 필요한, 창의적인 공부로 거듭나야 한다.
인간과 자연, 사회와 예술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공부로 교과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과외로 교과과정을 앞당겨 배우고 암기하는 수준의 학습은 산업시대용일 뿐 지식기반사회에는 도움이 안된다.”
이런 학습이 어떻게 가능할까? 학자들은 몇 가지 대책에 의견을 같이 한다. 우선 학생들이 기다리고 교사들이 찾아가 가르치는 방식 대신 과목별 교실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과 교사라면 자기 교실을 갖고 거기에 교과서 외에 CD롬, 인터넷, 다양한 학습자료 등을 갖춰놓고 학생들에게 수준별로 다양한 수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 학교를 다양화해야 한다. 민족사관고교나 외국어고, 과학고처럼 다양한 설립목적에 따라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 평준화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는 단기간에 실시할 수는 없지만 하루빨리 방향을 잡아야 하며 대학들도 단순히 교과목 성적보다는 다채로운 능력과 경력을 인정,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초·중·고교 교육방향을 대학입시가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감안, 대입제도를 과외가 불필요한 방향으로 재검토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원단체 일각에서는 동일 대학 같은 학과에 인문계 출신의 이론 중심 학생과 실업고나 산업계 출신 실무 중심 학생을 동시모집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교원노동조합 김동주 사무처장은 “독일이나 대만처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인문고 졸업자와 일반 교과 성적은 좀 떨어지지만 컴퓨터에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 모두 지원, 반반씩 들어갈 수 있다면 입시과열과 과외열풍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예체능을 중심으로 한 특기·적성 과외에 대해서는 “지역교육청에서 교수나 강사 등을 초빙, 개인 돈벌이 차원이 아니라 영재 발굴 차원에서 싼 값에 가르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전풍자 이사장은 제시했다. 문제는 돈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이런저런 프로그램의 실천을 위해 들어가는 투자는 21세기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단언한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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