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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의 아이들](3) 日여고생 절반이 원조교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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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의 아이들](3) 日여고생 절반이 원조교제 경험

입력
200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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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기위한 잠시의 외도... 실제 성행위는 소수선생이 단호하게 말했다.“원조교제는 안돼!”그러자 여학생들이 깔깔거리고 웃었다.

“남에게 피해를 안주니까 문제 없잖아요? 서로 간의 일이지요.” 도쿄의 한 사립고교 양호교사인 스에이키 게이코(末益惠子 ·44)씨가‘보건체육’수업광경을 묘사한 글이다.

스에이키선생은 3년 동안 원조교제를 주제로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작년 6월 펴낸‘원조교제라는 이름의 매춘관계_중고생을 위한 수업 전개법’(東山書房)이란 책은 그 경험을 소개한 것인데 학부모와 고교생 카운슬러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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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업은 4년 전 여중고생이 찾는 텔레폰 클럽(전화방) TV 르포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스에이키선생은 원조교제를 주제로 성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대상은 1,2학년 여고생. 1시간 단발 수업이 아닌 6~7시간 연속수업을 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 중에 의외로 말을 잘했다.

원조교제의 장점은‘단시간에 돈이 많이 생긴다’고 했고, 단점은‘오히려 돈이 많아져서 어떻게 쓸지 모르겠다.’‘임신할지도 모르겠다’‘여학생을 사람이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한다’고 했다.

이 수업 이후 비로소 원조교제 문제를 상담해오는 학생이 늘어났다. 스에이키선생은“이제 학생들에게 매춘은 안된다 그만두라는 식의 설득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생각할 수 있는 테마를 주어야 해결된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원조교제에는 상징물이 있다. 여학생의 세일러복과 짧은 스커트 그리고 흘러내리는 흰색 루즈삭스이다. 앳된 얼굴의 여고생이 이런 복장으로 쉰세대의 남성과 사귀는 현상이 원조교제이다.

민간업체인 전화방이 조장하기도 하지만 여중고생들이 앞장서서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조교제로 받은 돈은 고급브랜드의 옷을 사거나 프라다핸드백을 사고 최근엔 비싼 휴대전화비를 내는데 쓴다. 이런 실상은 하라다 마사토(原田眞人) 감독의 영화‘바운스 코갈스’에 잘 그려져 있다.

일본에는 여고생이 입었던 팬티나 교복 일기장 사진 등을 파는 블루세라(소녀용 팬츠Bloomer와 세라복의 합성어)숍이 인기였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고물팬티를 수집하는 일본 남성들의 이색적인 욕구가 원조교제를 낳은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원조교제는 어느 정도인가? 놀랄만한 통계가 나온다. 카운슬러 관계자들은 여고생의 절반이 경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 1999년 5월 26일자 조간에 수도권 여중고생의 75%가 길거리에서 아저씨로부터 놀지 않겠느냐고 유혹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중 돈 등 금품을 주고받은 것까지 이어진 것은 60%정도였다. 도쿄 학예대 무라마츠 다이코(村松泰子)교수가 정리한 이 자료는 평균나이 16세인 여학생 120명에게 조사한 것이었다. 이런 말이 오갔을 때 교복을 입은 경우가 사복보다 2배 가까웠다.

원조교제의 양상은 갖가지다. 어른들과 차를 마시기도 하고 노래방에 가기도 하고 성행위를 하기도 한다.

같은 대학 후쿠시마(福富)교수가 1997년 10월 수도권 학생 980명을 무작위 추출한 조사에 따르면 원조교제 중 성행위는 전체의 2.3% 그 이외의 성적 행위 2.3% 차를 마시거나 데이트 4.8%, 3개 중 하나의 경험이 있다는 대답이 5%였다. 이런 행위에 저항감을 느낀 학생은 80% 전후. 차를 마시는 정도의 원조교제는 괜찮다는 대답도 적지 않았다.

도쿄도 여성청소년부 세키구치 시게미츠(關口繁光·50) 부참사는 원조교제는 결국 매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1999년 11월부터 개정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되어 미성년자 매매춘이 처벌 대상이 됐다.

도쿄도는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가 있으면 부모에게 사춘기 자녀를 위한 성교육서를 배포하고, 가장 성관심이 집중되는 고2가 되면 매매춘 폐해를 알리는 자료‘10대 노트’를 나눠준다.

우리나라에서 원조교제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3년전. 그 폐해가 알려지자 정부는‘청소년 성보호법’을 만들어 올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 나라의 사정은 다르다. 관련 학자나 상담실 관계자들은 우선 원조교제의 이유가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가정이 무너진 상태의 여학생들이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원조교제를 찾는데 일본은 보통 가정의 보통 여고생들이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 여고생들은 사실이 알려지면 수치심으로 자살까지 하지만 일본의 여고생들은 대부분 심리 갈등없이 일상생활로 되돌아간다. 그들은 여고 졸업 후 건전한 여대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원조교제는 여고시절 잠깐 동안의 외도로 여기는 것이다. 이는 일본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일본 청소년문화연구소의 센코쿠 다모츠(千石保·72)소장은“외국기자들이 개발도상국에서는 가난 때문에, 구미에서는 마약에 취한 10대가 매춘을 하는데 일본에선 보통 여자아이들이 단지 멋내기 위해 매춘을 하느냐고 묻는다. 이것은 뚜렷한 미래의 꿈을 갖고 있지 못한 10대가 오로지 자기 즐기기에 몰두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일본의 원조교제 대처법은 간단하다.

어른들은 법으로 묶고 여고생에게는 성교육이나 카운슬러를 통해 예방한다는 것이다.

/도쿄=최성자편집위원 sjchoi@hk.co.kr

■[카오스의 아이들] 일본선 콘돈전문점 대로서 버젓이 영업

젊은이들의 거리로 유명한 도쿄 하라주쿠(原宿) 한복판의 콘돔전문점‘콘도매니아’(condomania)는 이 지역의 명물이다.

뉴욕에도 있는 이 콘도마니아는 개방된 성문화의 상징처럼 비쳐진다.

우리나라에도 서울 강남과 신촌 일대에 섹스숍이 생겨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약국이나 수퍼마킷 그리고 공중화장실의 자판기가 주요 콘돔 판매처이다.

도쿄와 뉴욕의 콘도매니아는 당당하게 양지에 자리잡고 있으나 한국의 매장은 음지에 있다.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는 전문 상담자들도 조사차 신촌의 섹스숍에 들어갈 때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는 분위기이다. 일본이나 미국과 성관념에서 그처럼 차이가 난다.

하라주쿠 콘도매니아의 한쪽 벽에는 메시지‘Give Safe Sex a Chance’( 안전한 섹스를 하라)가 당당히 붙어 있고, 전시된 콘돔의 종류는 200여종에 달한다.

오렌지주스통에 담긴 것이 있는가 하면, 미국 10대에게 사랑 받는 라이프세이버 사탕통, 일본 전통복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것도 있다. 기발한 포장디자인이 관심을 끈다.‘기능’만 강조하던 콘돔에 문화적 기호와 재미를 덧붙였다.

하루 이용자수는 100-300명. 가격은 3개들이 1포장에 우리돈으로 1만원(개당 3,300원정도)로 국내 콘돔 가격(500-1,000원선)보다 비싸다.

콘도매니아의 성황은 일본 젊은이들의 새로운 생활패턴을 보여준다. 9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10대 여성에게 휴대전화와 콘돔이 필수품이 되었다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은 일본 사회의 변화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원조교제의 증가는 콘돔전문점의 실상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카오스의 아이들] 원조교제는 어른들의 문제

구 본 용

‘엔조 고사이’(원조교제)란 말을 처음 본 것은 90년 중반쯤 일본 10대들의 일탈된 성문화를 고발한 어느 잡지에서였다.

그 땐 우리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나 이제 우리에게도 원조교제가 사회문제화 되었고, 급기야 10대의 성을 사는 어른을 처벌하는‘청소년 성 보호법’을 만들게 되었다.

어느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원조교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인터뷰에 나오려고 앞다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전화상담이나 사이버 상담실에서 원조교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아주 드물게 만나게 된다. 이들은 집안이 가난해서, 친구의 물건을 망가뜨려서, 단순히 더 많은 용돈을 위해서, 또는 호기심 때문에 원조교제를 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한 짓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심각히 괴로워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보다 원조교제를 원하는 어른들을 비난하고, 어른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10대 소녀들이 몸을 파는 현실에 대해 일본이‘정신적 황무지'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성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사실 청소년 문제는 은밀히 만연된 어른들의 문제가 청소년들을 통해 표출된 것일 뿐이다.

전통 가치가 붕괴되면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돈의 위력과 유명상품이 주는 멋을 보고 들었다.

화려한 무대 위의 10대들과 걸핏하면 돈타령하는 부모들 그리고 촌지사건으로 추락한 교사들. 이런 사회현실과 더불어 인간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환경 속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은 쉽게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게 된다. 이들에게 인간관계는 사고 파는 교환논리처럼 인식되는데 이러한 청소년 앞에는 어른들이 먼저 있었다.

우리는 사회의 병리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새로운 삶의 규칙과 질서를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에게는 구체적인 희망을 제공하고, 단호하게 교육시킬 수 있어야 한다. 황폐화된 정신으로 내일을 기약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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