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서 걷기조차 힘들지만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폐암말기 진단을 받고 사투를 벌이면서도 치안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서울 중랑경찰서 면목1파출소 민재칠(閔才七·32·사진) 경장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고 있다.
고교 졸업 후 1991년 경찰에 투신, 아내(29)와 5살, 3살된 두 딸, 이제 갓 돌을 넘긴 아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민 경장에게 암 선고가 내려진 것은 98년 10월. 감기 치료차 병원에 간 민 경장은 폐암이라는, 더구나 수술 시기를 이미 놓쳐 항암치료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민 경장에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 계속됐다. 뼈 속까지 파고드는 항암치료의 고통은 그래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아빠에게 닥쳐올 죽음을 알지도 못하는 어린 세 아이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졌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습니다.”
120만원의 월급으로는 한번에 60만원이 드는 항암치료비를 감당하기 벅찼지만, 평소 민 경장의 착한 품성과 성실함을 잘 알고 있던 주민들이 선뜻 200만원을 모아 줬고 함께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하지만 꾸준한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민 경장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 1일 공릉동 원자력병원을 찾은 민 경장은 “이제는 주변을 정리하라”는 의사의 최후통첩을 들어야 했다.
면목1파출소장 복재규(卜在圭) 경위는 “아까운 젊은이예요.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경찰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며칠 전 어머님도 뵙고 다시 3교대 야간근무까지 하고 있는 민 경장은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들려주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를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은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단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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