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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3명 백두산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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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3명 백두산 올랐다

입력
200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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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각장애인에게 눈이 되어주며 늘 안전을 지켜주는 안내견에 대한 사회의 이해부족이 이젠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장애인의 달이자 세계 맹인견의 날을 하루 앞둔 25일 시각장애인 3명이 맹인안내견(래브라도 리트리버종)과 함께 국내 최초로 백두산에 올랐다.

24일 중국 옌볜(延邊) 자치주 안도현 이도진 백두산 입구에 밤늦게 도착, 하룻밤을 잔 이들은 이날 오전6시30분 왕복 20㎞에 달하는 백두산 등정을 시작했다.

선두는 맹인견 ‘창공’과 함께 김기철(金幾哲·27·대구대 영어교육 4)씨가 섰다. 그 뒤를 맹인견 ‘재미’와 김대운(金大運·27·대구대 사회복지 3)씨,맹인견 ‘토담’과 노영관(盧永官·23·대구대 경제금융보험 2)씨가 따랐다. 삼성맹인견학교 교사 등 20여명도 동행했다.

출발 때 화창하던 날씨는 30분도 안돼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등산로 입구부터 1㎙의 눈이 쌓여 허리 아래까지 빠졌다. 정상이 가까워 오면서 눈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안내견들은 주인을 안전한 길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깊은 눈구덩이가 있으면 멈추어 서 주인이 피해갈 수 있도록 했다.

등정을 시작한 지 5시간만인 오전11시30분. 목표였던 백두산 천문봉(해발 2,650㎙)을 불과 300여㎙ 앞둔 2,400㎙ 고지. 갑자기 1㎙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안개와 사람을 날려버릴 것 같은 강풍이 몰아쳤다.

안내견들은 주인의 신변에 위협을 느꼈는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주인도 안내견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김기철씨는 정상에 서면 여자친구 이름을 외치려 했다며 아쉬워했다.

참석자들은 그 자리에서 맹인견의 날 행사를 간단히 가졌다. 충직하게 주인을 이끈 창공, 재미, 토담이에게는 보건복지부장관이 발급한 장애인보조견 표지가 지급됐다. 이로써 세 안내견은 올해부터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공공시설 편의시설 접근권’조항에 따라 주인과 함께 대중교통 식당 등 어느 곳이라도 출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되기 위해서는 2년 가까운 훈련을 받아야 한다. 훈련을 맡고 있는 삼성화재 부설 맹인안내견학교(전화 0335-320-8924)는 현재까지 41마리의 안내견을 배출,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분양했으며 올 연말까지 10마리를 추가 분양할 계획이다.

백두산=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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