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당무회의는 시작부터 긴장에 휩싸였다. 회의 의제인 전당대회 시기 등을 놓고 당내 이견이 채 해소되지 않았던 까닭. 게다가 본론으로 들어가기 직전 당무위원이 아니면서 회의장 뒤에 앉아 있던 장수완 당기위 부위원장이 “이런 독재 야당은 처음 봤다”는 등의 독설을 퍼붓는 해프닝까지 있었다.회의에서는 5월말 실시론과 연기론이 날카롭게 부딪쳤다. 하순봉 총장 김종하 중앙위의장 등 주류측은 5월31일 실시를 밀어붙였고, 김덕룡 부총재 등 비주류측은 16대 국회 원구성 뒤로 미뤄야 한다고 버텼다.
앞서 열린 총재단회의 때 “당무회의 의결 전에 시도 지부대회 날짜를 잡은 건 말이 안된다”며 이의를 제기했던 김덕룡부총재는 “부정 선거 문제, 원구성 협상에 주력할 때”라며 연기를 강하게 주장했다. 박근혜 부총재도 비슷한 이유로 연기론을 지지했다. 강재섭 의원은 “국민들은 당의 환골탈태, 당내 민주화를 바란다”며 “전당대회 시기는 중요치 않다”고 중도 의견을 냈다.
이회창 총재는 합의 분위기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듯 ‘표결 카드’를 꺼냈지만 이마저 “관례가 아니다”는 김부총재의 제동을 받았다.
이총재는 하는 수 없이 “(표결은 않더라도) 5월31일 실시를 반대하는 사람은 분명하게 의사를 표시해 달라”고 했고, 김부총재와 박부총재 박관용 부총재 박명환 의원 등만 손을 들었다. 그러자 이총재는 “전당대회는 5월31일에 여는 것으로 하고 부총재 경선 등의 문제는 다시 논의하자”며 광주 방문 일정을 이유로 회의를 끝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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