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일본 최대 반도체 메이커인 NEC가 2000년도(4월1일 개시) 2,000억여엔을 투자, 미국과 일본에 동시에 새로 공장을 만들어 DRAM 생산능력을 크게 늘린다.
또 히타치(日立) 제작소와 후지쓰(富士通)·도시바(東芝)·미쓰비시(三菱)전기·마쓰시타(松下) 전기산업 등 주요 메이커들이 일제히 대규모 신규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 주요 반도체 업체의 2000년도 설비투자 총액은 99년도보다 52%나 늘어거의 9,000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이로써 일본 반도체 메이커들의 설비 투자는 반도체 불황 이전인 1996년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다.
히타치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4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며 미쓰비시는 전년도보다 75% 늘어난 1,000억엔, 후지쓰는 80% 많은 1,600억엔, 도시바는 37%늘어난 1,300억엔을 각각 투입한다.
또 마쓰시타 전기산업도 2배로 늘어난 1,000억엔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퍼스널 컴퓨터(PC)의 꾸준한 수요와 휴대폰과 디지털가전의 급격한 수요 증가에 따른 이같은 투자 확대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연중에 이뤄질 생산통합을 앞둔 NEC와 히타치의 투자 확대는 DRAM 시장의 주도권 쟁탈전에 복격적으로 뛰어 들기 위한 것이다.
계절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PC 등의 시장 성격상 이 분야에서는 일시에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생산능력과 가격경쟁력이 불가결하다.
각각 2,000억엔을 투입해 NEC와 히타치가 DRAM 생산능력을 증강할 경우 사업통합회사인 ‘NEC 히타치메모리’는 한미 양국의 메모리시장 주도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나머지 일본 메이커들은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용으로 수요가 급증한 플래시 메모리 생산능력 증강에 투자를 집중, ‘탈(脫)DRAM’전략을 한결 강화할 태세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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