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퇴한 축구스타 김주성씨(부산 아이콘스 유소년팀 감독)가 한국일보 축구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본보 27일자 41면 참조)26일 한·일전이 끝난 뒤 오랜만에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김씨는 선수시절과 달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경기를 보니 새삼 느끼는 점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그가 제일 먼저 지적한 점은 선수입장때의 양팀 복장이었다.
일본선수들은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나왔으나 한국선수들은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국기에 대한 경례 등 식전행사로 선수들은 경기시작까지 무려 5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한국선수들의 복장은 경기전 준비운동으로 뜨겁게 만들어 놓은 몸을 다시 식게 해 오히려 컨디션에 이상을 일으키게 한다는 것이 김씨의 지적이다. 김씨의 그러한 지적은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축구계의 준비소홀로까지 이어졌다.
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독일의 아마추어팀 부퍼탈에서 뛰었던 황선홍을 떠올렸다. 황선홍은 당시 부퍼탈의 골게터로 유명했는데도 불구하고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 진출하지 못했다. 독일취재때 만난 한 축구인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선홍이가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차가 없어 한 교민이 그의 출퇴근을 맡았어요.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은 샤워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한 황선홍은 머리도 채 말리기도 전에 샤워장을 나왔지요. 감독이 그런 선홍이를 본 거예요. 머리가 젖은 채로 찬 바람을 쐐면 감기걸리기 쉽상이고, 선수가 자기관리를 그렇게 못한다면 프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죠.”
인지상정으로는 황선홍의 마음가짐이 이해가 가지만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써야 하는 선수로서는 자질이 미흡한 것이고, 그것이 결국 한국축구선수로는 골감각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황선홍이 독일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됐던
선수시절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했던 김주성씨는 “조그만 준비부족이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고 재삼 강조한다. 김씨의 말을 들으면서, 그리고 황선홍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26일 한·일전서 한국대표팀은 머리를 채 말리지 않은 황선홍과 같다. 국민정서와 여론때문에 경기내용보다 승부를 우선해야 하는 한국은 승리외에 얻은 것이 없다.
결국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일본처럼 전술과 세대교체를 먼저 감안한 경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조그만데서부터 월드컵준비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유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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