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티고개’가 시드니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가져다줄 것인가.준령의 구비구비 고갯길마다 드물지않게 붙어있는 ‘말티’ 혹은 ‘마티’란 지명은 큰 재, 또는 큰 고개를 이르는 말로 전국에 산재해 있다.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봉주가 지난 25일부터 충남 유성과 공주사이의 동학사 가는 길에 있는 ‘말티고개’에서 체력과 지구력 훈련에 들어갔다.
11월마다 열리는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 500㎞코스의 경주-대구구간에도 ‘말티고개’가 있는데 ‘구름도 쉬어넘는’ 추풍령이 평범할 정도로 최악의 난코스다. 공주의 ‘말티고개’ 역시 3㎞ 가까이 이어진 구비구비 고갯길이 그에 못지않게 험하다. 오르다보면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그야말로 지옥의 코스. 새 도로가 주변에 뚫리면서 차량도 별로 다니지 않아 체력훈련으로는 기가 막힌 도로인 셈이다.
이봉주는 다음달 25일까지 한달간 이 고갯길을 오가는 지옥훈련이 예정돼 있다. 이봉주가 ‘말티고개’를 체력훈련 장소로 택한 이유는 바로 시드니 마라톤코스가 표고차 80㎙에다 27개의 크고작은 언덕이 연결된 난코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27㎞ 후반에 15개의 언덕이 몰려있어 결국 체력과 지구력이 메달색깔을 가름한다는 판단에서다. 오인환코치도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기 때문에 막판 30㎞ 이후에 판가름이 날 것”이라며 “코스로 볼 때 체력소모가 많을 것으로 판단돼 체력적 뒷받침이 없으면 메달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말티고개’는 병든 부모를 봉양하는 가난한 농부에게 산신령이 힘센 말을 내려주는 ‘효자총각의 전설’까지 있어 효자로 소문나 있는 ‘봉달이’에게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고 숙원인 금메달의 청신호인 듯 하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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