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나 사안은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을 낳는다. 가령 반 컵의 물을 보면서 ‘반 컵이나 남았다’고 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반 컵 밖에 남지 않았다’는 관점도 있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총선 결과를 놓고도 다양한 견해가 가능하다.우선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의 처지에서는 분명한 승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의석을 상당수 늘린 민주당의 선전(善戰)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제1당 한나라당’을 보는 당내 시각도 여러 갈래다. 총선을 지휘한 이회창총재측에서는 승리를 자랑할만하다. 하지만 과반의석의 완승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세(勢)가 줄어든 것은 야당으로서 인정하기 힘든 ‘패배’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특히 ‘反昌’혹은 ‘非昌’의 영남권 의원들은 ‘영남권 싹쓸이’가 ‘反DJ정서’때문이지, ‘親昌표’ 결집의 결과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의 당권경쟁이 불붙었다. 40대 강삼재의원이 당권 도전을 공식선언했다. 그는 ‘가슴이 없는 사람으로는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없기 때문’ ‘이 총재는 정치를 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고 까지 이회창 총재에 대한 폄하도 서슴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치는 심정’이라는 출사의 변에서도 나타났듯이 그의 선언은 눈길끌기 어려운 군소후보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회창대세론’을 일거에 따라잡기 위한 의도된 ‘파격’으로 보인다.
■강의원에 이어 50대 후반의 김덕룡, 초반의 손학규 강재섭의원 등도 적절한 시점에 동참의사를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당권경쟁의 외양은 40대기수론으로 정치권 세대교체를 촉진했던 70년대 초와 비슷하다. ‘昌의 굳히기’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당권의 창출로 결말날지 한나라당 당권 경쟁은 2002년 대사(大事)에 대한 관심을 2년 정도 앞당기게 될 것이 틀림없다./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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