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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족벌경영 막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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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족벌경영 막내렸다

입력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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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신임 회장·사장에 각각내정창업자가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아 온 독특한 기업 풍토에 바탕한 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의 족벌 경영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마쓰시타전기산업은 25일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60)전무를 대표이사 사장, 모리시타 요이치(森下洋一·65)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격하는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데릴사위인 마쓰시타 마사하루(松下正治·87)회장과 그 아들 마사유키(正幸·54)부사장은 각각 명예회장과 부회장으로 내정돼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났다.

최고경영자인 사장과 지도역인 회장 등 경영 실세를 창업자 일족 이외의 인물이 동시에 차지하는 것은 회상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인간 경영·사회 공헌 철학으로 유명한 창업자가 1989년 세상을 떠난 후에도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아 온 독특한 풍토도 사내의 세습경영 반대 여론을 이겨내지 못했다.

6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이번 인사와 관련, 지난 23년간 마쓰시타를 지배해 온 마사하루회장은 “창업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아들 마사유키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고집했다.

그러나 모리시타사장은 “경영 전체를 사장이 맡는 회사의 전통적인 역할분담 관행상 정상의 자리는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 앉아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마사유키부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재계 등 대외접촉에 전념하도록 예우만 하는 선에서 매듭이 지어졌다.

1997년 7월 ‘창업자의 일족’이라는 이유로 취임한 마사유키부사장을 두고 사내에는 세습 반대 여론이 무성했다.

또 전세계에 29만명의 사원을 거느린 대그룹이 실력이 앞서는 임원이 있는데도 굳이 창업자 일족에 ‘대권’을 넘길 경우 국제적인 신용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사장에 내정된 나카무라전무는 1994년 미국 시카고의 TV공장을 폐쇄, 생산거점을 멕시코에 집약함으로써 북미 사업의 부진을 타개한 인물이다.

마쓰시타호를 이끌고 IT(정보기술) 혁명 시대를 헤쳐나가야 할 중책을 역대 최고령 사장이 맡은 것도 이런 판단력과 실행력 때문이다.

마쓰시타의 족벌 경영 체제 붕괴로 일본 대기업에서 세습경영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다이에이가 1998년 전문경영인 체제로 넘어갔고 도요타자동차의 오쿠다 히로시(奧田碩)회장·조 후지오(張富士夫)사장 체제도 안정돼 있다.

인재를 데릴사위로 삼아 경영을 맡기는 관행이 정착됐을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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