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허약한 체질로 주저앉은 증시가 26일 증권가에 퍼진 ‘현대 위기설’로 휘청거렸다.이날 증시에서는 오전장 중반무렵부터 현대그룹 계열사 유동성위기 루머가 퍼지면서 외국인과 기관들이 계열사 주식을 대거 내놓아 종합주가지수가 곤두박질했다.
처음에는 현대투신운용의 대주주인 현대전자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작된 불똥을 곧바로 상선 증권 등 정몽헌 회장 계열사로 번졌고 자동차 등 나머지 계열사로 옮겨 붙어 현대그룹 전체의 문제로 비화됐다.
하한가 4개(전자 증권 상선 자동차)를 포함해 17개 상장회사 대부분이 (대한알루미늄 제외) 10% 가까이 급락했다.
현대전자의 경우는 최근 집중적으로 사모았던 외국인투자자들이 여간해서는 손절매(Stop Loss)를 하지 않는 관행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유물량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연쇄 추락의 촉발제는 크레디리오네 증권(CLSA)의 보고서. 현대투신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최대주주인 현대전자가 손실부담을 질 것이라는 내용이 골자다.
이미 한투 대투와는 달리 현대투신에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정부측 입장이 확인된 상황에서 CLSA의 일격은 외국인들을 매도로 몰기 충분했다.
18일부터 25일까지 290만주 가까이 현대전자를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이날 오전에만 130여만주를 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이어 자동차 정공 등의 계열사 주식들까지 매도하면서 전반적인 투매심리를 확대시켰다.
현대그룹주의 폭락은 그동안 악재들이 쌓이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 현대투신의 부실채권처리가 그룹전체에 부담이라는 우려, 남북정상회담으로 대북사업 주도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 5월 투신업법 시행령 개정에서 투신의 계열사 주식 편입비율이 하향조정될 경우 그룹주들이 받게될 매물압력 등이 최근 돌출한 악재들. 악재들은 증시에서 그룹 자금사정 악화설과 맞물려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형제간의 갈등과 지난해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위해 실시한 유상증자로 인한 물량부담 등으로 투자자의 불신이 이미 팽배한 상태였다. 증시 관계자는 “이미 17개 상장사 가운데 현대건설 등 8개사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상황에서 상당기간 회복하기 힘든 타격이 될 것이며 증시전체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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