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7월1일 시행을 두달 남짓 남겨놓은 상태에서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의약품 오·남용을 막아 모두의 건강을 보장한다는 당초 취지가 어느덧 뒷전에 묻혀버리고, ‘의사들의 수입’‘약사들의 수입’만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의약분업이 정착된 미국 캐나다의 실태를 살펴보면 의료계 등이 제기하는 현안들이 어느정도 기우(杞憂)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의사와 약사의 권한이 엄격히 명확히 구분되고, 병원과 동네의원간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된다면 문제의 소지는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우리의 갈등요소들을 선진국이 어떻게 해결했는 지를 보면서 의약분업의 근본취지를 다시 되새김할 때다.
■임의조제는 폐업선고 임의조제란 약사가 의사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제조하는 행위로 우리 의료계가 가장 크게 우려를 표시하는 부분이다. 미국 등에서는 이런 행위가 약국의 ‘폐업선고’가 된다.
적발시 즉각 면허가 정지되거나 약품에 따라서는 아예 취소되기 때문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대섭(李大燮)씨는 “임의조제 처벌이 무거운데다 약화사고로 피소될 우려가 커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방전 없이는 약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자리잡혀 있어 환자들은 임의조제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자유로운 대체조제 약사의 권한도 보장돼 있다. 캐나다에서는 성분이 같은 약의 경우 약사의 대체조제를 100% 허용하고 있다. 설사 의사가 상품명(Brand)으로 처방을 해도 카피약(Generic)으로 바꾸어 조제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동의여부는 의사가 아닌 환자가 결정한다.
철저하게 환자 중심의 조제체계라 할 수 있다. 단 대체조제 허용범위는 정부가 정한 ‘약효 동등성 리스트’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엄격한 의료전달체계 선진국 의약분업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은 흔들림없는 의료전달체계다. 가벼운 질병을 가진 환자는 3차병원에 절대로 갈 수 없도록 되어있어 이른바 ‘동네의원’들이 경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은 철저히 입원환자 위주로 운영된다. 이같은 체계는 대형병원측의 엄격한 운영과 감시 감독으로 보장돼 있다.
캐나다 토론토시 마운트 사이나이 종합병원 약국장 빌 윌슨씨는 “환자가 1, 2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3차 병원으로 오는 경우는 없다”며 “설사 환자가 3차병원의 응급실로 달려오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가벼운 증상은 진료를 하지않고 돌려보내는 사례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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