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과 높은 동조관계를 보이던 국내시장이 최근 며칠동안 동조화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과 다우지수가 크게 올라도 불안한 증시사정으로 오히려 하락하거나 미국시장이 큰 폭으로 떨어져도 바닥권이라는 기대감에 약보합에 머무르는 양상이다.최근 불거진 투신권 구조조정과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압박작전으로 증시 수급사정이 최악인 상태를 반영하는 이같은 현상을 증권가에서는 ‘우울한 독립만세’로 부르고 있다.
■올라도 빠진다
미국시장은 25일 첨단기술주가 폭등하면서 나스닥지수가 사상 2번째 큰 폭(228.75포인트, 6.6%)으로 올랐다.
기술주 거품론 과정에서 낙폭이 컸던 인터넷과 컴퓨터 등 첨단기술주에 대한 저가매수세 유입과 JDS유니페이스 컴팩 등의 1·4분기 수익이 예상치보다 높이 전망된 것이 폭등의 기폭제. 전날 15.6%의 폭락세를 보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2.75달러 올랐다.
다우지수도 218포인트 상승하며 1만1,000포인트를 회복했다. 조정의 끝이라는 데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과매도상태가 지속된 기술주에 대한 저가매수세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폭등세로 국내증시는 안도와 기대 속에 26일 개장을 맞았다. 개장초반부터 희망은 맞아떨어져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3포인트, 8포인트 가량씩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양시장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흘러내리기 시작, 오전장을 마치기도 전에 전날대비 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약세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식민지 운운도 상관없으니 제발 장만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시장이 오를 때 함께 오르지 못하는 것은 국내요인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외부요건이 호전되더라도 기본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약세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기관투자자의 매수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자금시장마저 불안해 세계적인 흐름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증시는 기관의 매도세가 강화한 가운데 특히 외국인을 중심으로 현대그룹주를 집중매도하는 바람에 약세로 돌아섰다.
부활절 휴가를 마치고 개장한 24일 뉴욕시장에서는 MS 분할설 등으로 나스닥지수가 4%이상 급락했다. 하지만 25일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39%, 0.50%씩 하락에 그쳐 선방했다. 나스닥의 큰폭 내림세에도 불구하고 바닥권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누구도 바닥을 확신하고 향후증시에 기대를 걸며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는 않아 아직 시장심리가 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한미동조화 전반적으로 약화
최근들어 한미증시의 동조화가 깨진 것은 올들어 뚜렷해지는 추세의 연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4·4분기동안 0.87의 높은 상관도를 보이던 종합지수와 다우지수의 상관계수(최대치 1은 100%동조화)가 올해 1·4분기(1.4-4.20)에는 0.45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올라도 국내증시가 오를 확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
코스닥지수와 나스닥지수의 상관계수도 0.94에서 0.68로 떨어졌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원은 “올들어 미국을 따라 올라가지 못한 것은 물량공급과다와 기관의 매수력 악화 등 내부적 악재가 크게 작용했으며 동반하락을 보인 경우는 세계적 동조화성향이 큰 기술주의 버블논쟁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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