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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짝짓기 프로그램

입력
200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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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23일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기분 좋은 밤’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에 이어 봄철 프로그램 개편으로 ‘러브 게임’(일요일 오전 10시)을 방송, 짝짓기 프로그램 왕국을 구축한 것이다. MBC가 두개의 짝짓기 프로그램 ‘이브의 성’을 최근 폐지한 것과 사뭇 다르다.젊은 남녀간의 만남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또한 남을 의식하지 않고 데이트 상대자를 구하고, 만남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의식 역시 변화했다. 그래서 짝짓기 프로그램이 1회용 만남을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출연 신청은 급증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제작비까지 저렴하니 짝짓기 프로그램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거기에 사적 공간으로 남아있던 남녀간의 만남이 공적 공간으로 넘어와 안방에서 엿볼 수 있는 즐거움까지 제공하니 어느 정도 시청률도 담보된다.

그런데 재생산에도 원칙은 있다. 기존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이 통하는 것을 알아보는 ‘확률 게임’, 자신을 홍보한 뒤 방청객을 상대로 데이트 상대자를 결정하는 ‘러브 PR’, 4명의 남자를 한 집에 넣고 한 여자가 들어와 데이트 상대자를 구하는 ‘클럽 싱글즈’ 세 코너로 구성된 ‘러브 게임’. 무늬만 다를 뿐 타방송사나 심지어 자사의 짝짓기 프로그램과도 차별이 되지 않는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감동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미가 없다면 오락 프로그램의 존립 의미는 사라진다. ‘러브 게임’ 23일 방송분에서 보여진 출연자들의 짝짓기를 위한 지난한(?) 노력은 애석하게도 이미 ‘남희석…’과 ‘아름다운 밤’에서 용도폐기된 몸짓들이다. 데이트 상대자로 낙점받기 위해 외모를 꾸미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들은 이미 신물나게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보아왔다. 야한(?) 비키니를 입고 확률 게임을 벌이는 것도 이미 써먹은 수법이다. ‘러브 게임’은 오락 프로그램의 본질인 재미조차 없다.

짝짓기 프로그램의 만남은 갈수록 형식과 조건이 지배하고 감각적이 돼간다.‘러브 게임’을 비롯한 짝짓기 프로그램에 나온 여성들은 한결같이 날씬하고 예쁘다. 조건과 외모가 안되는 사람은 출연조차 봉쇄된다. ‘아름다운 밤’에서 전문대를 중퇴한 여성이 이화여대 비서학과를 졸업했다고 속여 물의를 빚은 사건은 조건을 은연 중에 강요한 방송사가 초래한 부작용의 한 단면이다.

최근 미국 TV에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선정주의로 엄청난 시청률을 올렸지만 결국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의 포화를 맞았다.

/배국남기자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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