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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진짜벤처'는 17%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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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진짜벤처'는 17% 불과"

입력
200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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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벤처기업 중 진짜 벤처는 17%에 불과하며, 정부의 과도한 지원 때문에 ‘벤처버블’이 유발될 수 있다는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에 의해 공식 제기됐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벤처산업의 발전전망과 정책과제’란 보고서(성소미·成素美 연구위원)에서 “작년말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4,934개의 벤처기업 중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을 벤처로 정의하는 미국식 개념을 따르면 벤처기업수는 17%인 839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KDI는 또 중기청 등록 벤처기업중 창업 2년 이하 기업은 24%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이미 안정된 중소기업이어서 등록 벤처기업만 놓고 ‘벤처기업 증가=창업 확대=고용증대 효과’로 연결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주장처럼 ‘벤처 1사당 20명씩, 3만개가 창업되면 60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식의 계산법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KDI는 이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위험성이 큰 사업속성상 초기에는 꼭 필요한 자금만 투자받고 점차 투자유치를 늘리는 반면, 국내 벤처기업들은 투자유치금액이 액면가의 몇배냐를 놓고 경쟁하면서 필요보다 훨씬 많은 돈을 확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벤처기업들이 금융업 진출에 나서는 것도 기본적으로 규모·경영능력에 비해 자금이 초과공급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DI는 “정부까지 벤처자금 지원에 나서는 것은 타당치 않다”며 “정부의 과도한 지원은 벤처기업들이 기술혁신·경영실적보다 코스닥등록·증자를 통한 자본이득을 우선시하게 하고 투자자들에게도 벤처투자의 고수익-고위험을 과소평가하게 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 벤처붐이 수차례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상당수는 퇴출될 것”이라며 “벤처기업이 몇만개 생기느냐보다, 몇개나 성공하느냐는 것이 중요하며 정부역할도 시장질서 확립과 기술촉진 등에 국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철기자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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