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청와대 영수회담은 중요한 정치적 전환기에 이뤄진 회담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각별하다. 이 회담은 또한 여러 민감한 부분에서 구체적 합의를 도출해 냄으로써 내용적으로도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이번 회담의 성사가 ‘총선민의’에 이끌려진 감이 없지 않지만, 여야 영수가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 대통합의 큰 정치를 이뤄 나가는 데 합의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과거와 달리 이번 회담에서는 정치적 수사(修辭)가 비교적 적었다. 총선민의를 존중해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나, 구제역과 산불대책 등 여러 민생문제에서 합의를 이뤄낸 것 등은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이라 할 만하다.
특히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정치적 수사차원의 입장 표명과는 다른, 대국민 약속으로 이해된다. 여야가 지금까지 죽기 살기식 상극의 정치를 해온 것도 따지고 보면 과거의 인위적 정계개편이 그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원인을 제거한다는 합의를 토대로 여야는 마음 편하게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신뢰회복의 바탕이 비로소 마련된 것이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합의내용이다. 여야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명시적으로 환영한 것이나, 상호주의 원칙 등 야당의 입장이 고루 반영된 것은 늦었지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남북 정상회담은 김대중대통령이나 여당이 생색낼 일도 아니며, 이회창총재나 야당이 언제까지 모른체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니다. 회담에는 김대통령이 나서지만 그의 뒤에서는 4,500만 국민이 똘똘 뭉쳐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수회담 이후의 일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1년1개월 전의 영수회담 합의문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당시로서는 근사했지만 그때의 합의내용은 대부분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그 뒤로 여야가 한 것은 싸움뿐이었다. 지금의 합의문이 또 어떻게 될지, 그것은 여야의 하기나름에 달려 있는 것이다.
4·24 영수회담을 기점으로 여야는 이제부터 신뢰의 정치를 펴나가야 한다. 여당은 야당을 진정한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해야 하고, 야당은 수의 힘을 내세워 국정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당장의 16대 원 구성문제에서 부터 4·24 합의정신이 제대로 살아나느냐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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