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정몽구(MK) 회장이 요즘 임원회의때 가장 자주쓰는 말은 ‘고장 안나는 차’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회의때마다 품질을 강조해 귀가 따가울 정도”라고 했다.24일 오전 6시40분 출근하자마자 현대 계동 사옥에서 시작된 임원회의에서도 르노의 삼성차 인수의 영향과 대응전략 등에 관한 토론이 있었지만 결론은 역시 ‘품질’이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임직원들로부터 신차 품질에 하자가 있으면 어떠한 책임도 진다는 ‘각서’까지 받았다.
MK는 요즘 대외 활동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회사 공식 행사 참석도 뜸하고 재계의 모임에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보도진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최근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XD 신차발표회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지난 주 전경련 회장단의 골프회동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22일부터 시작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현대차 산업시찰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칩거경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몽헌(MH) 회장이 남북 경협과 관련,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 회장은 계동 사옥에서 거의 매일 참모회의를 주재하며 자동차 경영 내실을 다지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르노의 삼성차 인수와 대우차 매각, 수입차 공세 등 국내자동차 시장이 거대한 지각변동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계열분리및 경영전략과 관련해 정중동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올 상반기 중 자동차 소그룹 분리를 앞두고 계열사간 지분정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계열사들의 주가도 직접 챙긴다. 대우자동차 인수전과 다임러크라이슬러-미쓰비시와의 전략적 제휴도 주요 관심대상이다.
MK의 물밑행보는 이처럼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경영스타일로 봐선 MK가 대외활동을 재개하는 순간 현대차는 대우차 인수를 위한 자금동원과 계열분리, 시장확대, 해외업체와의 제휴 등 일괄해법안, 특유의 ‘밀어부치기 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호섭기자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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