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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전망대 / 존경하는 김응룡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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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전망대 / 존경하는 김응룡 감독

입력
200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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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필자가 처음 해태에 와서 대만의 타이페이에 있는 대만 삼상(三商)타이거즈 프로야구단 훈련장에 전지훈련을 갔을 때의 일이다. 유난히 날이 더워 선수들 모두 축 늘어져 연습하는데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돌아다봤더니 김응용감독이 죄없는 의자를 펑고배트로 박살내고 있었다.그러더니 이내 “모두 철수”하면서 버스쪽으로 걸어갔다. 이런 광경을 자주 목격한 기존 해태선수들은 이력이 났지만 나를 포함한 신인들은 잔뜩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고 김감독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정신력 강화차원에서 경고성으로 애꿎은 기물을 상대로 한번씩 스트레스를 푼다.

126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는 53년동안 3,731승을 거둔 코니 맥, 그리고 23년동안 1,773승을 거둔 일본의 쓰루오카 가즈토에 비하면 일천하지만 경기수도 훨씬 적고 툭하면 잘리는 한국프로야구에서 한 팀에서만 18년째 2,000경기 1,100승은 정말 대단한 이정표이다.

그중에서도 일년농사의 하이라이트인 한국시리즈에서 9번 모두 이겨 우승을 일궈낸 경력은 앞으로 또 이러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이 나올 수 있을까 할만큼 대단한 성적이다. 김감독은 “좋은 선수들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밝혔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때로는 매몰차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완급조절과 용병술의 결과라고 본다.

제자로서 거장을 평하기는 송구스럽지만 우람한 풍채와는 달리 굉장히 자상하고 섬세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강타자출신이지만 투수운영이나 교체타이밍, 그리고 투수심리를 잘 파악해서 단기전에서 불패의 신화를 창조했다. 덧붙이자면 자율야구의 원조는 김감독이라고 본다.

91년 OB에서 해태로 이적한 당시 경기전 배팅 몇 개만 하고 ‘훈련 끝’이어서 연습부족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특타(特打), 보강연습이 더 불꽃을 튀긴다. 시켜서 하는 훈련과 자율훈련은 질과 내용에서 하늘과 땅차이로 최고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존경하는 김응용감독이 꼭 10번의 우승 횟수를 채우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박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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