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르노와 삼성차 함께 살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르노와 삼성차 함께 살려면

입력
2000.04.24 00:00
0 0

1년 넘게 표류해온 삼성차가 결국 프랑스 르노사에 넘어가는 모양이다. 양측의 협상이 타결돼 이변이 없는 한 이번주 정식 승인절차를 밟게 된다고 한다.협상타결 소식을 접하는 국민 대부분의 정서는 일단 씁쓸함일 것이다. 4조원이상을 들여 세운 생산라인이 6,000억여원(현금지급액은 1,000억여원)에 외국기업에 매각된다고 하니,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부채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1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삼성차를 겨우 이 값에 넘기게 된 정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부산지역경제와 채권단의 입장,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자산가치 따위의 나름대로 절박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매각협상 대상을 르노 1개사에 국한해 협상 주도권을 빼앗기는 등 근본적으로 전략이 미흡했던 것 또한 사실이어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차 매각은 이미 ‘엎질러 진 물’이 된 만큼 이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선진기업이 국내에서 자동차를 직접 생산·판매하게 된 것은 실로 획기적인 사태다. 국내경쟁업체에 대한 압박, 전후방 연관산업의 질서 재편 등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이 뻔하다.

경쟁격화로 인한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과 소비자의 이득도 기대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토종의 고사(枯死)’ 위기도 크게 우려되는 문제다. 더욱이 앞으로 대우자동차마저 외국자본에 매각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그야말로 외국자본 우위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면개방은 어쩌면 숙명적인 흐름인지도 모른다. 국경없는 세계화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본의 국적을 따지기보다는 그것이 국내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와 경제력을 중시하는 것이 세계적 조류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국가의 전략적 사고와 정부의 세련된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은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차공장이 르노의 단순 하청생산기지화하는 것을 막는데 최대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삼성차의 기존 브랜드와 연구개발기능을 유지하겠다는 르노사의 약속이 일관되게 지켜지도록 치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 병행해 르노사의 국내 경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환경조성에 협력하는 것도 정부가 신경써야 할 일이다. 르노사 역시 한국의 근로정서에 부합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르노의 삼성차공장이 토착화에 성공해 그 가치를 높이는 것만이 우리경제와 르노사가 함께 사는 윈윈게임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