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실력자인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74) 전 관방장관이 정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6월 실시가 유력한 총선거 출마를 포기한다는 것으로 앞서 은퇴를 선언한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똑같은 모양새다.
그는 1월 지역구인 이바라키(茨城)현에서 자동차 추돌 사고를 당해 도쿄(東京)의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회복이 늦어 6월 총선 일정에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은퇴의 변이다.
그는 1985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에 반기를 들고 2년간의 내부 항쟁 끝에 1987년 다케시타(竹下)파를 출범시킬 때까지 ‘다케시타 7총사’가운데서도 선두에 섰던 인물이다.
또 1992년 다케시타파의 계승권을 놓고 이른바 ‘1·6 (一·六)전쟁’을 통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현 자유당 당수를 몰아내고 오부치파를 발족시키는 힘을 과시했다.
199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에게 패배해 오부치파를 탈퇴할 때까지 그는 늘 파벌내의 전투사령관으로 통했다. 총재 선거 당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과학기술청장관이 오부치 전 총리를 ‘범인(凡人)’, 그를 ‘군인’이라고 부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의 은퇴로 일본 정계를 농단해 온 구다케시타파의 쇠퇴는 한결 뚜렷해졌다. 다케시타 전 총리는 정계은퇴 의사를 굳혔고, ‘애제자’인 오부치 전 총리는 입원중이며 소생이 어려운 상태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의 정치생명도 흐릿해지고 있다. 가지야마가 은퇴하면 ‘7총사’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전 총리와 하타 쓰토무(羽田孜) 민주당 간사장이 남을 뿐이다.
현(縣)의원을 거쳐 1969년 중앙정계에 진출한 그는 9선을 거치는 동안 자치성·통산성·법무성 장관을 역임했으며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내각에서는 자민당 간사장, 하시모토(橋本)내각에서는 관방장관을 지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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