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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열전] (8) 카이스트 송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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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열전] (8) 카이스트 송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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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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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드라마는 눅눅한 과일 같은데 엄마의 것은 신선한 과일 같아요.” 아들(14)은 엄마의 드라마를 이렇게 평했다. 작가 생활을 시작한 20대 초반에서부터 40대인 현재까지 송지나(41)만큼 수식어를 많이 달고 다니는 작가도 드물다. ‘예쁜’ ‘일상성에 천착한’ ‘사실적인’ ‘동물적 감각을 지닌’ ‘스타적인’ ‘승부사적인’ 등등.40대 아줌마지만 20대 감성을 가졌다. 낙천적이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격이다. SBS 시추에이션 드라마 ‘카이스트’의 대본이 초읽기에 들어갔는데도 묻는 말에 생글생글 웃으며 답한다. 하지만 할 말은 다한다. 이런 성격이 그녀의 드라마 극본에 진하게 배어든다.

“5공 정부가 저를 작가로 만들었지요.” 1981년 이화여대 신방과 4학년 때 5공정부가 과외금지 조치를 내려 아르바이트를 못하다 방송사 모니터 요원 공고를 보고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을 두고 한 말이다. MBC ‘별이 빛나는 밤에’작가를 하다 졸업과 함께 백수로 전락했다. 그리고 그녀가 택한 것은 유럽으로의 배낭여행. 당시만 해도 용어조차 낯설었다. 당시 그녀의 배낭여행은 뉴스가 됐다. KBS 교양프로그램 ‘11시에 만납시다’에 게스트로 초청됐다. 이후 이 프로그램의 작가가 됐다. ‘추적 60분’ ‘인간시대’를 비롯한 교양 다큐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탄탄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꼼꼼한 대본을 썼다.

한국 드라마사에서 그녀를 빼놓을 수 없게 만든 작품이 바로 1991년 MBC ‘여명의 눈동자’와 1995년 SBS ‘모래 시계’. 일제시대부터 6·25 직후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다양한 인물군을 통해 본 ‘여명의 눈동자’와 5공 독재의 숨막히는 상황에 세 인물(최민수 박상원 고현정)을 통해 메스를 댄 ‘모래 시계’는 사회적 신드롬까지 일으키는 대단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전의 작품들도 건강한 일상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교양 작가에서 1985년 MBC ‘베스트극장’을 계기로 드라마 작가로 전업했다. ‘호랑이 선생님’ ‘우리 읍네’ ‘선생님 우리 선생님’ 등 다양한 드라마를 집필했다. 1980년대 중반 ‘퇴역전선’으로 시작된 김종학 PD와의 인연은 ‘모래시계’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송지나는 작가와 연출자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좋은 드라마가 나오려면 연출자와 작가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해요”라고 말한다.

“오만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드라마로 인해 사람의 삶의 양태가 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이런 생각 때문에 부끄럽지 않는 삶의 모델을 제시하는 드라마를 쓰고 싶지요.”그녀가 20년 동안 작가하면서 고수한 원칙이자 드라마관.

그녀는 일이나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마감에 임박해도 웃으며 극본을 쓰는 드문 작가다. 하지만 글을 쓸 때 그녀가 웃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극본 집필에 들어가기 전 구상에서부터 자료 수집, 인터넷 검색, 취재에 이르기까지 1년여간 치말한 준비를 한다. 벌써부터 내년 1월 방송될 사극을 준비하고 있다. 작품의 성공은 이런 준비와 함께 출연하는 연기자들의 연기 패턴까지 파악해 이에 맞는 대사를 쓰는 치밀함이 가져다준 것이다.

그녀는 현대물, 시대극, 사극 등 늘 새로운 장르와 내용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어 SBS ‘달팽이’와 ‘러브 스토리’를 썼을 정도다. 이처럼 신선한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젊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PC통신과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다. 송지나는 1996년 PC통신 천리안에 ‘영상세계’라는 방을 개설했고 지금도 다양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 가지고 노는 것이 참 좋아요. 저 이래봬도 스타크래프트는 프로급입니다.”

가정생활도 마찬가지. ‘추적 60분’ 작가 시절 담당 PD였던 진기웅(47)씨와 결혼해 함께 작품도 하며 오손도손 살고있다. 그녀는 남편과 외아들 한새에게 맛있는 음식 해주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고, 가족이 함께 여행가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한다.

설명할 수 없는 원초적 본능처럼 방송 일이 편하다는 송지나. “드라마는 자칫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공해를 일으켜요. 무서운 일이지요. 최소한 정신적인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약력

1959년 서울 출생

1981년 ‘별이 빛나는 밤에’(MBC 라디오)

1982년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3년 ‘추적 60분’(KBS)

1985년 ‘인간시대’(MBC)

1986년 ‘호랑이선생님’(MBC)

1988년 ‘우리읍내’(MBC)

1989년 ‘선생님 우리 선생님’(MBC)

1991년 ‘여명의 눈동자’(MBC)

1995년 ‘모래시계’(SBS·한국방송작가상)

1996년 ‘송지나의 취재파일’(SBS·진행)

1998년 ‘달팽이’(SBS)

1999년 ‘러브 스토리’(SBS)

‘카이스트’(SBS·집필중·대한민국과학문화상)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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