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스윙을 갖고 있는 골퍼의 플레이는 대개 견실하다. 그러나 시원찮은 스윙이라고 상대방을 얕보았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게 골프다.확실한 싱글골퍼인 K씨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스윙자세 때문에 많은 일화를 갖고 있다. 어느 골프장에서 그가 전반 몇 홀에서 파행진을 하자 캐디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골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분인 줄 알았어요. 처음 티샷 하시는 것 보고는 오늘 고생깨나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그가 18홀을 싱글 스코어로 끝내자 캐디는 “그런 장애인스윙으로 싱글 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라며 감탄했다.
‘장애인 스윙’으로 보일만큼 그의 스윙은 교과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백스윙을 크게 하지만 스윙아크는 매끄럽지 않고 뒤틀려 있다. 상체의 스웨이도 심해 공을 제대로 맞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임팩트 후 고개를 드는 나쁜 습관에 폴로스루도 짧은 편이다.
이런 엉성한 스윙 때문에 그는 실내골프장에서 연습할 때 주위로부터 수모와 시련을 겪었다. 골프깨나 친다는 사람들은 그의 스윙을 지켜본 뒤 어김없이 스윙자세를 교정하러 드는 친절을 베푼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골프채를 잡은지 한 달 안에 스윙을 제대로 굳히지 않으면 평생 고생합니다”라며 왕초보로 대하는가 하면 “100타를 언제 깼습니까?”라고 묻는 실례를 범하기도 한다.
심지어 골프를 배운지 얼마 안되는 여자들도 핸디캡 없이 스트로크 플레이를 제의할 정도다. 샷 내용도 좋은 편이 아니다. 드라이버샷은 200야드를 넘기 어려워 파온의 확률은 30%도 안된다.
그런데도 그가 골프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는 것은 정교한 어프로우치 샷과 3퍼트를 허용하지 않는 퍼팅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신의 스윙자세가 구제불능이란 것을 깨달은 그는 어프로우치와 퍼팅으로 승부내지 않으면 아예 골프채를 놓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 피나는 연습으로 어프로우치와 퍼팅을 주무기로 개발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덤빈 사람들은 십중팔구 참담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골프에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격언은 철칙이 아니다. 오히려 결점이 많은 골퍼는 그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남이 갖지 않은 비장의 무기를 개발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허점투성이의 골퍼이면서도 골프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별볼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와 사연이 있듯이.
편집국부국장 방민준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