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문이거나 아니거나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종종 매우 흥미롭고 당황스런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나라와는 약간 또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고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게 된다.1년반이상 한국에 살았던 모로코인으로나 역시 한국의 고유문화를 관찰할 기회를 가진 셈인데, 모로코와 비교해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점은 유교의 영향인 '집단'의 중요성이었다.
지난해 여름의 일이다.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과 외국학생이 어울려 서울대공원으로 야유회를 갔다. 국적이 모두 다른 외국인 학생 10명 정도와 한국 학생 12명, 그리고 한국교수 두분이 동행하셨다.
날씨가 푹푹찌던 그날 한 서양학생이 모퉁이의 작은 상점에 들어가 아이스바 하나를 샀는데 그때 한국학생들의 실망스런 표정을 잊지 못하겠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어느 한국교수님께선 "아주 사소한 일이라해도 다른 사람들 것을 챙겨주지 않으면 한국에서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라는 것이었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나 또한 그때 몹시 놀랐다.
실제로 그는 전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그때 집단의 일원이 아니라 개인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잘 못 느낄지 몰라도 이 일이야 말로 한국인과의 근본적인 사고방식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동양권은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한국은 집단 중심의 사회다.
개인의 모든 사고나 행동은 그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집단의 이익과 또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관련을 맺고 있으며 어떤 한국인이라도 가족, 회사, 학교 같은 전체의 일원에 속하는 것이다. 이처럼 집단은 마치 촉수같이 광대한 사회적 관계망을 제공해 줌으로써 한 개인의 일상사에까지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곧 아무 생각없이 집단의 일원으로 행동하는 일이 훨씬 더 현명한 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식당에서도 여러 명의 한국인들은 개인을 보호해주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집단의 욕망'을 따르는 것을 편하게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집단의 일체성을 따르는 일은 어떤 점에서 명백히 이점이 있지만, 사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외국인들이 이런 사고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쩌랴. 이 사고야 말로 이 아름다운 나라와 문화를 몇백년 동안이나 지탱해온 동력인 것을.
나디아 라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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