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사건의 상흔은 1년이 지나도 가시지 않고 있다.지난해 4월 20일 13명의 학생과 교사가 희생된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칼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참극 1주년 추도식이 20일 주도인 덴버와 학교에서 각각 엄수됐다.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건으로 기록된 이 사건을 기리기 위해 이날 오전 주정부 청사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빌 오웬스 주지사는 “우리는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비극을 견뎌왔다”며 “희생자 가족과 전국의 어린이들이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계속 기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칼럼바인 고교 강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추도식에서는 약 2,500명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 주민 등이 참석, ‘어메이징 그레이스’성가가 울리는 가운데 희생자 이름이 한명씩 불리워질 때마다 흐느꼈다.
프랭크 데안젤레스 교장은 “꽃처럼 숨져간 자애스러운 영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해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국적인 추도열기에도 불구하고 총기규제강화법안은 여전히 의회에서 논쟁만 거듭될 뿐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AP통신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4명 가운데 3명 꼴로 권총의 방아쇠 잠금장치 의무화를 지지하고 있는 등 대다수가 총기규제강화를 바라고 있으나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에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물론 막대한 정치자금을 앞세운 전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때문.
특히 대권주자들인 앨 고어 부통령과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도 각각 관점이 상이한 논평을 냈다.
고어 부통령은 “우리는 이 비극적 사건의 의미를 잘 헤아려야한다”며 총기규제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반면 부시 주지사는 “청소년들로부터 총기접근을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품성교육이 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날 특별성명을 통해 “우리들은 모든 어린이들을 위해 미국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지만 총기규제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미국의‘고질병’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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