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전자상거래가 본격화할 경우 금융권과 유통산업을 중심으로 70여만명의 근로자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됐다.한국노동연구원은 20일 노동부에 제출한 ‘전자상거래와 고용·실업문제’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추정했다.
보고서는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인 전자상거래가 선진국처럼 GDP의 5-10%를 차지하는 주요 거래수단으로 자리잡을 경우 금융업에서 55만1,509명, 도·소매업에서 14만9,659명, 여행업에서 2만6,238명 등 모두 72만8,905명(1998년 고용구성 기준)이 해고와 고용형태 변화, 직종전환, 임금변동 등 구조조정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1997년 전면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도입한 삼성물산㈜이 3년만에 인력을 1만1,000명에서 5,300명으로 감축한 것으로 미뤄 영향권에 들어선 근로자 가운데 ‘퇴출’되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 예상 업종을 세부적으로 보면 금융업에서는 보험업(종사자 33만998명) 은행업(19만34명) 증권업(3만477명), 도·소매업에서는 가전소매(5만415명) 자동차소매(3만9,316명) 서적소매(3만3,199명) 곡물소매(2만6,729명) 등이다.
특히 은행업과 자동차소매업은 전자상거래 도입 속도가 빨라 구조조정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업의 경우 신한은행 등이 경쟁적으로 사이버뱅킹을 추진하고 있어 이미 인력이 남아돌고 있고, 영국의 에크뱅크, 미국의 텔레뱅크와 윙스팬뱅크 등 무점포 인터넷은행들이 상륙을 준비중이어서 잉여 근로자수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소매업도 5월 대우자동차가 인터넷 차량판매제를 도입할 경우 온라인판매가 급증추세에 들어설 것으로 보여 판매직원과 대리점 종사자가 남아돌 것이 확실하다. 특히 이들 두 업종은 금융권 2차구조조정 및 자동차업체 매각을 앞두고 있어 조만간 구조조정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증권업은 사이버트레이딩 규모가 이미 50%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고 각 증권사도 단순중개업에서 자산운용 컨설팅쪽으로 주력사업을 선회하려는 움직임이어서 중개인과 창구직원의 조정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에서는 전자서명인증제 도입과 사이버마케팅의 확산으로 10년 안에 인터넷 판매비중이 50%를 넘게 돼 30만명에 이르는 보험모집인이 퇴출위기에 놓인다.
보고서는 “전자상거래 등 기업정보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미국은 정보화산업과 파생산업에서의 신규고용으로 만회한 반면 일본은 대응에 실패, 22만명의 일자리가 줄었다”며 “퇴출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재교육과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은호기자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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