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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메이지시대 비극 그린 '쌍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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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메이지시대 비극 그린 '쌍생아'

입력
2000.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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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것과 천박한 것, 고귀한 것과 더러운 것. 둘은 개별적인 공간을 차지하고 절대 몸을 섞지 않는 것인가. 츠카모토 신야는 이 둘 중 어느 하나가 가치우월적인 것도 아니며, 전자와 후자가 상호 복제를 한다고 믿는다. 가치 전복적이며, 어떻게 보면 체제 전복적인 음험한 발상이기도 하다.메이지 시대, 명문 다이토쿠지 가문의 아들 유키오와 그의 아내 링의 안락한 생활을 위협하는 쌍둥이 형제 스테키치의 갈등을 스릴러적 기법으로 묘사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의문의 죽음, 그리고 낯선 사내의 공격, 우물에 갇혀 바라본 그 사내의 얼굴은 바로 자신의 얼굴. 그렇다면 쌍둥이 사내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아내. 자아와 타자의 대립, ‘나’는 어디까지가 나인가. 과연 ‘나’는 나인가 하는 질문까지.

츠카모토 신야(塚本晉也)의 영화는 시각적으로 끊임없이 공격한다. 눈썹을 밀어 버린(실제 깎은 것은 아니고 화장 효과를 낸 것이다) 모든 주인공. 실존하는 인물이지만 단지 눈썹을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현실의 인물들과는 달라 보인다. 의상과 배경은 시대 고증과 상상력 사이를 오가며 현실과 비현실의 감각을 퓨전식으로 혼합했다.

명문가 며느리의 단정한 머리는 그러나 버섯처럼 왜곡돼 있어 일종의 ‘억압’을 상징한다. 반면 빈민가의 스테키치와 한 때 그의 애인이었던 링의 과거 의상과 머리는 펑크족의 스타일 그대로이다. 누더기 같은 옷은 컬러풀하며, 흐트러진 머리는 전위적이다. 그냥 거지가 아니라 다른 양식의 삶을 사는 신인류로 보인다.

유키오의 자리를 차지한 스테키치, 스테키치를 죽이고 스테키치로 가장한 유키오. 영화의 전복적 결말은 세상 질서를 영상으로 테러하는 포스트 모던 감독의 기발한 발상. 모토키 마사히로가 쌍둥이 역을, 인기 모델인 료가 두 남자의 여자 역을 했다. 감독은 ‘철남’(1989) ‘철남 2’(1992) ‘동경의 주먹’(1995)등을 발표하면서 ‘일본의 데이비드 린치’로 불리고 있으며 국내에 열성팬을 갖고 있다. 22일 개봉. 오락성★★★ 작품성★★★☆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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