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수련의 전문의의 출산휴가는 30일. 근로기준법이 정한 60일의 절반이다. 최근 정부가 출산휴가를 90일로 늘리는 안을 추진하는 등 모성보호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생명을 취급하는 의료계에서만은 아직도 터무니없는 30일 출산휴가를 고수하고 있다.최근 한국여자의사회는 이 문제해결을 위해 세미나를 갖고 병원협회와 관계기관에 시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모성권리 확보’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1월 여의사회가 전국 종합병원 대학병원가운데 55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개월간의 법정 출산휴가(60일)를 보장해주고 있는 병원은 27%인 1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기관인 국립의료원은 아예 수련의 규정에 출산휴가로 30일을 못박고 있다. 나머지 병원들은 수련의 규정에 출산휴가를 과(科)사정에 따라 30일이상 시행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여의사회 의권옹호위원회 최순옥(안민의원 원장)위원장은 “30일의 출산휴가 뒤 바로 격무에 들어가는 것은 산모의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된다. 이 때문에 병원내 젊은 여의사들은 아예 출산을 기피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약사 간호사 등 병원내 다른 직종의 여성조차 2개월 휴가를 갖는데 반해 여의사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를 갖지 못하는 것은 빡빡한 병원일정과 의사직이 대체인력을 찾기 어려운 실정 때문. 이러한 점은 특히 여의사 비율이 높은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등에 더 심각하다. 전문의 여의사는 1999년 현재 7,698명으로 전체의 15.9%. 여성비율이 높은 소아과는 18.2%, 산부인과 14%, 내과 11%정도이다.
한편 ‘수석한 여학생보다 꼴찌 남학생을 먼저 뽑는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될 정도로 수련의 선발과정에서부터 불이익을 받아온 여의사들은 스스로 출산휴가를 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여의사들은 “출산휴가 등 여성의 권리를 챙긴다면 병원의 수련의 선발에서 여성이 배제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대해 여의사회 안돈희(국립의료원 소아과과장)회장은 “현재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의사로 구성된 인력풀을 적절히 이용하면 인력부족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의과대학의 여학생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여서 여의사의 출산휴가는 물론 원하는 겨우 1년의 육아휴가를 갖는 등 모성권리를 찾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선기자
dongsun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