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심화냐, 효율성 증대냐. 011(SK텔레콤)과 017(신세기통신)의 짝짓기 승인여부를 둘러싼 저울질이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실무적으로 ‘효율성 증대효과를 인정하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양사 결합후 57%인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을 감축한다’는 조건부 승인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날 전원회의에서 비상임위원(외부전문가)들이 승인판정의 근거가 되는 효율성 증대효과에 대해 ‘계량적 증빙자료’제시를 요구함에 따라 최종결론은 추후로 미뤄지게 됐다.
쟁점은 뭔가 가장 큰 논란은 독과점 폐해의 계량화. SK측은 ‘011+017’의 효율성 증대효과를 16조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독과점 폐해도 금액으로 제시해야 정확한 크기비교를 할 수 있다”며 양사 결합의 부정적 요인도 계량화할 것을 요구했다.
차세대이동전화사업인 IMT-2000과의 연관성도 쟁점이 되고 있다. SK는 “양사가 결합하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IMT-2000 사업추진에서 중복투자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위윈회측은 “IMT-2000사업자로 011만 선정될때, 011과 017이 모두 선정될 때 등 상황별로 효율성 증대효과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세번째 쟁점은 국제경쟁력 개선부문. SK는 “양사가 결합하면 앞으로 도래할 동북아 공동통화권 형성시 외국인도 휴대폰가입자로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위원회측은 보다 구체적 국제경쟁력 개선효과를 입증하라고 밝혔다.
가격인하지연 문제도 이날 논란이 됐다. SK는 “양사 결합으로 네트워크가 통합운영되면 통화품질이 향상되고 요금인하여력이 생긴다”고 강조했지만 위원들은 “시장지배력 심화로 오히려 가격인하가 지연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날 위원회의 결정보류로 해당업체는 물론 공정위 실무진들도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 그러나 전반적 시각은 ‘결합승인 대세론’이 우세해 일부 조건은 수정되더라도 결국 조건부 승인의 큰 골격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의 음료시장 평정 이날 공정위는 롯데-히카리인쇄 컨소시엄의 해태음료 인수에 대해선 조건부 승인결정을 내렸다.
컨소시엄내 롯데의 지분율은 19%에 불과하지만 업계에선 컨소시엄 실질대주주는 롯데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국내음료시장이 해태-롯데로 양분된 상태에서 롯데가 ‘대리인’을 내세워 해태를 인수한다면 음료시장은 사실상 롯데가 천하통일(독점)하게 되고 이 경우 롯데의 해태인수는 공정위로부터 거부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롯데가 주도한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찾아낼 수 없어 조건부 승인판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이번 기업결합을 컨소시엄의 해태인수가 아닌, 롯데의 해태인수로 보고 있어 불씨는 남아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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