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놀림이 둔한 노인들은 익숙한 집안에서도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다치기 쉽다. 특히 실내공간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노약자’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보니 집안 구석구석에는 위험지대가 숨어있다.안전사고를 겪지 않는 쾌적한 노후생활을 가꾸어가려면 실버세대 스스로 혹은 더불어 사는 자녀들이 노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실내공간을 연출할 필요가 있다. 김종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의 도움말로 집안 노인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실내공간 연출 아이디어를 알아본다.
■ 집안 노인 안전사고
한국소비자보호원이 1998년에 발표한 ‘가정내 노인 안전사고 실태 조사결과’에 의하면 집안에서 노인에게 가장 위험한 곳은 욕실. 안전사고 발생장소 중 욕실/화장실(26.8%)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방/침실(19.6%) 계단(12.3%) 부엌(9.0%)이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문턱같은 곳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40.7%)와 부적절한 바닥재로 미끄러지는 경우(36.7%)가 압도적이었고 계단 침대 등서 떨어지는 사고(8.4%) 화상(3.4%)도 적지 않았다. 특히 욕실서는 미끄러지는 경우(58.8%)가 넘어지는 경우(32.3%)보다 훨씬 많았다.
■ 욕실/화장실부터 바꾼다
집안을 실버세대에 적합한 실내공간으로 바꾸는 첫단계는 욕실개조. 윤희순 한국여성건축가협회 노인복지연구팀장은 “욕실만이라도 노인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개선하면 집안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욕실에서는 항상 물기가 남아있는 바닥이 큰 문제. 물기때문에 넘어지기 쉽다. 욕실바닥은 표면이 거칠게 처리된 타일로 마무리함으로써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또 변비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변기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기때문에 몸을 일으키는 것도 간단치 않다. 변기 옆 벽에 L자형 손잡이를 설치하면, 몸을 의지할 곳이 생겨 일어서기가 수월해진다. 욕조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욕조 부근에도 손잡이를 설치해준다.
■ 출입문에 변화를 준다
우선 단차(문턱)을 과감하게 제거한다. 높낮이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단차에도 노인들은 발이 걸려서 넘어지기 일쑤다. 방음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쓰임새가 명확치 않으므로 단차는 없애는 편이 바람직하다. 문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여닫이보다는 미닫이로 바꾼다. 여닫이는 반드시 한 손으로 붙잡고 있어야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미닫이는 자유자재로 출입할 수 있다. 특히 실내에서도 휠체어를 사용해야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다면 미닫이가 편리하다.
위험한 곳은 포인트를 준다 실내분위기는 밝고 부드럽게 연출될수록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시력이 약해지므로 조명은 밝게 유지하고, 벽지등은 파스텔톤처럼 부드러운 색조로 선택한다. 하지만 바닥이나 벽의 돌출 부분은 걸리거나 부딪치지않도록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눈에 띠기 쉽도록 강조해준다. 이때 청색 황색은 피하고 붉은 계통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안에서는 청색이나 황색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높이가 달라진다거나 마감재가 달라지는 곳도 강조해주면 좋다.
■ 소품을 적극 활용한다
매끄러운 바닥재는 청소하기에는 편하다. 하지만 노인들의 활동을 제약하기때문에 매끄러운 바닥재보다는 까끌까끌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필수. 또 노인들은 보행이 자유롭지 못하기때문에 벽이나 난간에의 의존도가 높다. 걸어다닐 때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를 집안 벽 곳곳에 부착하는 것도 괜찮다. 침실에 센서등을 달아주는 것도 쓸만한 아이디어다.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하는 전등은 노인들이 전등스위치를 찾느라 캄캄한 방안에서 헤매다 부상당할 우려를 덜어준다. 가스렌지나 수도를 틀어놓고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에 대비, 핫플레이트와 센서가 장착된 수도꼭지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향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