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섬에 갇힌 바다는 성을 낼 수 없다. 빙 둘러쳐진 바위 벽에 바람을 빼앗기고, 제 스스로의 기운은 섬의 이 골 저 골로 흩어져 버렸다. 사람의 손에 길러진 동물처럼 순하고 편하고 아름답다. 대신 바다를 가두어놓고 있는 섬은 강하다. 대부분 돌덩어리 절벽이다. 그래서 바람과 파도에 씻기지 않고 계속 바다를 가두고 있다.
서해 바다의 거친 조류를 타고 앉아있는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전북 군산시 옥도면).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섬의 군락이다.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등 63개의 크고 작은 섬이 물 속에 뿌리를 박고 있다. 섬들은 둥근 산호초처럼 원형을 그리며 도열했고, 그래서 바다는 지중해가 되었다.
이 곳의 원래 이름은 군산이었다. 고려시대 수군진영을 두고 군산진이라 불렀다. 조선 세종때 진영이 인근의 육지로 옮기면서 지명까지 가져 갖고 이 섬들에게는 옛 고(古)자를 앞에 넣은 새이름이 붙여졌다.
이름처럼 고군산군도의 모습은 ‘섬의 무리’라기보다는 ‘산의 무리’에 가깝다. 높은 산은 없다. 그러나 그 작은 봉우리들의 기세가 출중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고, 다가가면 사람의 기를 죽이는 어마어마한 바위 덩어리이다. 그 사이사이에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모래와 진흙을 쌓아놓았다. 돌산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백사장과 갯벌. 자연의 강인함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여행의 정점은 ‘선유 8경’을 지니고 있는 선유도이다. 군도에서 세 번 째 큰 섬으로 선유도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다. 해수욕장의 모습이 독특하다. 섬과 섬을 1.2㎞의 모래언덕이 잇고 있다. 언덕의 한 쪽은 유리처럼 맑은 백사장이고 다른 쪽은 조개가 지천으로 널린 질펀한 갯벌이다. 백사장 쪽은 여름이면 인파로 북적대는 해수욕장으로 변한다.
모래언덕의 끝에는 선유도의 상징인 선유봉이 있다. 두 신선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전남 진안의 마이산처럼 돌 봉우리 두개가 비스듬히 이어져 있다. 망주봉이라고도 불린다. 유배지의 신하가 임금을 기다리다가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선유도와 연도교로 이어져있는 무녀도는 고군산군도에서 네 번째로 넓은 섬. 춤을 추는 무녀의 모습을 닮았다. 주민들의 부지런함이 유명하다. 이미 1950년대 초에 16만여평의 간척지를 일구었고, 지금도 군도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두께 2㎙에 이르는 패총이 이 곳에 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섬은 장자도. 역시 선유도와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군도의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섬이다. 한 손에 잡힐 듯 작은 덩치이지만 자갈해안, 기암이 어우러진 등산로 등 섬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절경이 오밀조밀 엮여있다. 폐교를 꾸며 만든 휴양시설, 1만 여점의 수석과 분재를 모아놓은 수석전시관도 있다.
여름에 고군산군도를 찾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여름 섬여행은 고통도 동반한다. 모든 섬의 공통적인 고민거리인 물 부족과 첨단 전투기를 연상케하는 섬모기의 무차별 공격이다. 고군산열도도 예외는 아니다.
편안하고 호젓한 섬여행을 하려면 4-5월이 적기이다. 바위 언덕에 진달래가 피었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맞는 봄바람이 훈훈하고 촉촉하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고군산군도 가는길과 쉴곳
가는 길
군산항에서 선유도행 정기여객선(장자훼리호·계림해운 0654-446-7171)이 오전 8시, 오후 1시께 하루 두 차례 왕복한다. 요금은 편도 1만1,700원. 출항시간은 요일과 현지사정에 따라 30분-1시간 30분 정도 차이가 있다. 군산횟집이 있는 군산 내항에서 유람선이 수시로 출발한다. 단 정원이 찰 경우이다. 승우여행사(02-720-8311)등이 유람선으로 고군산군도의 명소를 둘러보고 선유도와 장자도를 가볍게 트레킹하는 무박2일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섬에는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가 없다. 섬들을 돌아보기 위해 보트를 빌리는데 하루 10만원선이다.
쉴 곳
호텔은 물론 여관도 없다. 모두 민박이다. 선유도에 여름 피서객을 대비한 민박집이 많다. 지금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방은 물론 식사까지 미리 예약을 해야 준비를 한다. 방값은 방의 크기와 인원에 따라 2만-4만원선. 선유도 진리 김덕수씨(0654-465-4787)에게 연락하면 민박집을 알선해준다. 섬마을인데다 가뭄까지 겹쳐 물사정이 넉넉치 않다. 긴 일정은 피하는 것이 좋고, 당일 혹은 1박2일의 일정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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