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거지’에서 운명이 뒤바뀐 두 주인공 이야기는 거지가 된 왕자를 중심으로 흐르지만 정작 눈에 띄는 것은 왕자가 된 거지의 행적이다. 왕자가 된 거지는 백성을 위한 정치를 훌륭히 해낸다. 이야기는 결국 뒤바뀐 운명이 제자리를 찾는 것으로 끝나지만 우리는 거지의 모습을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에게 맞는 것은 거지가 아니라 바로 왕자의 모습인 것이다.누가 어떤 자리에 있느냐는 자신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제 쓰임에 맞는 자리를 찾고 그 자리에 맞는 역할을 해내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것이다.
이곳 창원에서는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것이 있다. 이곳 저곳을 유랑하던‘창원문화’가 그것이다. 도청소재지이면서 계획도시, 기계공업단지로 유명한 창원에서 문화공간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KBS창원홀에서 콘서트며 연극, 전시회와 영화까지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었다. 그럴듯한 영화나 연극 한편을 보려면 인근 마산이나 부산으로 나가야 했던 것이다. 이렇듯 문화생활에 굶주려온 시민들이 4월25일 문을 여는 ‘성산 아트홀’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쓰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성산 아트홀은 주변 지역의 시민들까지 고려한 광역시 규모의 문화예술회관이다.
1,720석의 대극장, 소극장, 야외공연장 등 시설도 전국최고라고 할 만큼 우수하며 위치 교통 또한 편리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이 시설이 지역문화단체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 단체들의 편의 시설에 불과해 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단체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된다. 이러한 단체들이 성산 아트홀의 비싼 대관료를 감당하며 공연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에는 저렴한 대관료를 받았으면 한다.
이와함께‘성산아트홀’이라는 이름을 짓는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시민단체시민는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름이 정해졌다며 이름을 바꾸자는 운동을 펼치고 하다. 이러한 모든 문제제기는 성산 아트홀에 대한 창원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왕자의 자리에 선 거지가 제 역할을 해냈듯이 성산아트홀도 시민들을 위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시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라영 창원대 학보사편집장(법학과 2)
입력시간 2000/04/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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