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의 ‘북한미술의 어제와 오늘’전 위작시비에서 알 수 있듯 국내에서 북한미술의 실상을 파악하기에는 아직은 논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정보가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실정이다.공식적으로 국내에 북한미술이 첫 유입된 것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장영준씨는 “이후 10여 차례가 넘는 북한미술전이 열려 현재 국내에 유입된 북한 미술작품만 해도 1만 8,000여점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행하게도 국내에 소개된 북한 작품에는 조선미술박물관 소장품은 아직 한번도 포함되지 않는 등 북한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예술성 높은 작품보다는 북한의 풍경이나 생활상을 소재로 실향민의 향수를 자극하는 상업적 목적에서 제작, 반입, 전시된 작품들이다.
북한미술의 유입 통로가 북한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아닌 중국이나 홍콩 마카오 일본 등 제3국을 통한 중개인과의 간접 접촉이라는 점에서 이는 불가피한 실정.
사실 북한미술의 실체는 공산주의나 김일성, 김정일의 주체사상을 우선으로, 주체사상의 완성을 위한 주체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찬동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팀장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바탕한 항일 혁명미술, 노동자 선동, 정치적 사상적 이념을 형상화한 이념적이고 체제비판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이러한 주체미술은 국내 통관 자체가 불허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우리가 북한미술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의 작가들은 인민작가, 공훈작가, 또는 만수대창작사나 지역미술소조 등에 소속된 일반작가 들로 구분되는데 이중 인민작가 출신의 작품이 작품 내용도 우수하고, 가격도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현역미술가는 수천명. 이 가운데에는 정종여, 이석호, 길진섭, 김주경, 김만형, 이쾌대, 정현웅 등 납북 및 월북 작가도 포함된다.
북한 미술은 개인 창작보다는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집체 창작화가 발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구미술 중심으로 흐르는 우리 화단과 달리 평면회화 중심의 단조롭고 경직된 그림들이다. 우리 화단의 1950-1960년대 경향을 연상케한다.
북한미술의 대표적 장르는 조선화(수묵 채색화)이다. 조선화는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드러낸 풍속화, 백두산 금강산 등 유명한 경치나 유적지를 소재로 한 작품, 이석호, 정종여 등 월북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중심으로 제작된 사실주의 형태의 조선화 등으로 구분된다. 장영준 학예연구관은 “필력이나 품격이 뛰어난 용묵법 등을 바탕으로 한 진경 산수화풍의 문인산수화”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화는 주체사상을 나타내는 표현양식으로 전락, 작품성도 현격히 떨어지는 편이다.
이외에도 목판화, 금속공예, 보석화, 골뱅이화, 수예화 등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최근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같은 작품들이 다량으로 제작돼 외국에 방출되고 있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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