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회담을 제의하면서 최근 ‘사어(死語)’가 되다시피한 ‘영수(領袖)’라는 표현을 사용,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여권은 1998년 11월 김대통령과 이총재의 첫 회담 때 “영수라는 표현은 권위적이고 봉건적이기 때문에 총재회담으로 부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사실 ‘영수’는 직역하면 ‘우두머리의 옷소매’라는 뜻으로, 족장들의 옷소매 길이로 서열을 정했던 고대의 관습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언론도 현정부 들어 ‘영수’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흐름에서 김대통령이 굳이 ‘영수’라는 표현을 쓴 데는 이회창 총재를 예우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많다. 청와대 실무라인의 연설문 초안에는 총재회담으로 돼 있었는데 김대통령이 이를 영수회담으로 고친 것으로 알려져 예우설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양당체제에 따른 이총재의 위상 격상을 인정한 것 아니냐”고 환영했다. 그러나 “정치상황이 변한다고 권위적 표현이 다시 부활해서야 되느냐”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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