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대폭락에 뒤이은 세계 증시의 폭락 사태에 대해 세계 각국의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상황이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는 반면, 월스트리트 등 시장에서는 추가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짙다.선진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 참가를 위해 워싱턴에 모인 세계 금융지도자들은 세계경제 여건이 건실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호르스트 지버트 독일 세계경제연구소장은 “1990년 일본에서 발생한 증시 붕괴와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정의 반응”이라면서 지나치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코메르츠방크의 분석가 울리히 람도 “미국 경제는 하락기에 접어든 반면 유럽은 상승기의 출발점에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경제여건이 달라 뉴욕의 주가 폭락이 유럽에 치명적인 여파를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른스트 벨테케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독일에서는 주식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이번 사태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고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경제·재무장관 역시 “대다수의 분석들이 유럽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주가의 추가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투자분석가 애비 조셉 코언은 “현 수준에서도 주가가 고평가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의 나스닥 지수 3321.29는 지난달 10일의 5,048.52에서 한달여만에 34.2%나 하락한 것이지만 6개월전인 10월14일의 2,806.84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한편 폴 크루그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미국 증시의 주가 폭락은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은 되지만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이번 주가폭락은 1929년의 주가대폭락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며, 일본 경제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거품 붕괴 후유증이 우려되나 현재 기술혁명의 와중에 있고 구경제의 투자위축의 우려가 적으며, 환율 방어의 부담이 적어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시장상황은 좋지 않지만 끝은 아니며 미국 경제는 아직도 건재해 이 시기를 별탈없이 극복하게 되리란 전망이다.
로런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16일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주식시장의 향후 동향에 대한 예측은 피하면서 “수개월내에 심각한 인플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으며, 미국 경제는 튼튼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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