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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화 다시보기] 남북음악교류 "휘파람 불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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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화 다시보기] 남북음악교류 "휘파람 불어볼까"

입력
2000.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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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가 본격화하면 가장 이질감을 많이 느끼고, 그러면서도 상호 흡수가 가장 빨라질 장르 중의 하나가 가요다. 가요에는 우리의 삶과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 연극 등에 대한 연구의 깊이에 비해 대중가요에 대한 연구는 미미하다.성악과 구분되는 북한의 ‘대중 가요’는 우리와는 생산과 유통 경로가 판이하게 다르다. 대중가요는 ‘보천보 전자악단’이나 ‘평양 왕재산 경음악단’ 출신 가수들이 만들어 부른다. 북한의 최고 연예집단인 보천보 전자악단의 경우, 국내 활동보다는 해외 공연에 일정이 바빠 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공연이나 노래를 감상할 기회는 적다. 대신 평양 왕재산 경음악단의 가수들은 일주일에 한번 편성되는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모습을 보이는 등 훨씬 대중적으로 활동한다.

북한에서 대중가요가 유통되는 경로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이다. 일반인들이 카세트 테이프나 CD는 아직 꿈도 못꾼다. 평양에는 3개 채널이, 지방에는 1개 채널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장기자랑이나 경연 등을 펼친다. 대개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드라마나 영화 주제곡을 부른다. 귀순 탤런트 김혜영씨는 “10대들은 자신들이 학교에서 배운 동요를 주로 부르고, 이 이후의 세대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즐긴다. 우리나라처럼 세대간에 장르간의 단절이 생길 만큼 노래가 다양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인기곡은 ‘로동신문’에 악보와 가사가 게재되고, 직장의 선전위원 등이 노래를 지도한다.

‘어제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벌써 몇달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아무도 몰라’ ‘꽃파는 처녀’ 등으로 북한 최고의 가수로 널리 알려진 전혜영, ‘빛나라 정일봉’ ‘장군별’의 김광숙, ‘아직은 말못해’ ‘우등불’ 등 민요풍 노래를 즐겨 부르는 조금화, ‘사랑의 미소’ ‘여성은 꽃이라네’ 등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분희 등은 북한의 손꼽히는 가수들. 그러나 신상옥 감독이 만든 영화 ‘성춘향’의 주제곡 ‘사랑 사랑 내사랑’을 부른 장은애,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를 부른 최삼숙은 대중적으로 가장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여성 가수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장군님 가시는 길을 따라’ ‘나의 돌격로 앞에’ ‘나도 불이 되련다’ 등 김일성 부자를 우상화하거나 투쟁의지를 북돋우는 ‘관제 가요’도 여전히 양산되고 있으나, 남녀의 설레는 사랑이나 건전한 연애 등을 그린 ‘모르는 가봐’ ‘아직은 말못해’ 등 서정적 노래들이 훨씬 인기다. 주민들의 대외 접촉이 늘면서 ‘그때 그사람’ ‘사랑의 미로’ 같은 중간 템포의 한국 대중가요들이 암암리에 인기를 끌고 있는 실정이다.

1990년 평양에서 ‘범민족통일음악회제’가 개최된 이래 음악 교류는 논의는 무성했지만 실효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SBS가 평양봉화예술극장에서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를 성사시켜 패티김 태진아 핑클 등과 북한가수 전혜영이 한 무대에 섰다. 민간교류로는 처음. 북한이 핑클이나 젝스키스 같은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허가한 것은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전파력이 워낙 강해 제한된 관객이 보는 공연 외에 명실상부한 교류가 이뤄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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