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소유의 토지 몰수를 선언한 아프리카 짐바브웨(본보 4월12일자 17면 보도)의 흑백 갈등이 유혈로 치닺고 있다.BBC와 CNN 등 외신들은 15일 백인들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 하라레로부터 동쪽으로 120㎞가량 떨어진 무레와 지방에서 백인 지주 가족들이 독립참전용사 등 흑인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40대 백인 농부 데이비드 스티븐스이 총으로 무참히 살해됐다. 그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6일 백인소유의 토지와 농장의 무상 몰수법안을 통과시킨뒤 발생한 첫 백인 희생자이다.
집권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 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지지자를 자처하는 흑인 공격자들은 스티븐스를 구하러 달려간 백인 이웃 5명도 무차별 공격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존 오스본씨는 “흑인들이 스티븐스를 숲속으로 납치해 가는데도 경찰이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스본은 흑인들에게 무수히 구타당한뒤 머리에 중상을 입은뒤 탈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다른 4명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어 역시 살해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티븐스는 자신의 농장을 점령한 독립참전용사 흑인들과 직접 맞서려 했다가 희생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흑인들의 이같은 백인에 대한 위협은 다른 지방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독립참전용사 등 흑인 수천명은 곤봉과 총 등으로 무장한채 지난 2월말부터 백인 소유 농장 900여곳을 강제 점령하고 있다. 더욱이 경찰 당국은 법원이 공권력을 동원, 백인 농장을 점령한 흑인들을 해산시키도록 지시를 내렸으나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다”며 이를 거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백인 농부 닉 아놀드는 무레와를 탈출하기 직전 부모와의 무선통신을 통해 “모든 것이 너무 끔찍하다”며 극도의 혼란상황을 전했다. BBC의 하레라 특파원도 “일부지역은 이미 통제가 불가능한 무법천지로 변했다”고 전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관련국들은 백인주민 탈출 지원계획을 세우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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